경제단체들은 “경제계 원로인 경제 5단체장을 한자리에 모이라고 해 놓고 고작 30분만 할애했다가 사전 협의도 없이 약속을 취소하는 것은 예의에 맞지 않는 처사”라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9일 경제단체들에 따르면 열린우리당 수뇌부는 1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상공인의 날 기념식 30분 전인 오전 10시 반에 별도로 경제 5단체장을 만나자고 3일 요청했다.
경제 5단체장 중 강신호(姜信浩)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손경식(孫京植)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희범(李熙範)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용구(金容九)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 등 4명은 이날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이어서 요청을 수락했으며, 기념식에 가지 않을 예정이던 이수영(李秀永)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별도로 참석하기로 했다.
여당 측에서는 정동영(鄭東泳) 의장을 비롯해 김한길 원내대표와 강봉균(康奉均) 정책위 의장 등 5명 안팎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단체 임원은 “인사 나누고 사진 촬영만 해도 30분이 걸릴 텐데 그 시간에 무슨 경제 현안을 논의할 수 있겠느냐”며 “경제단체장을 지방선거에 활용하겠다는 발상이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9일 자체 일정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간담회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본보가 간담회 일정을 열린우리당 측에 확인한 뒤에야 각 경제단체에 약속 취소 사실을 통보했다.
열린우리당 김경호(金璟浩) 수석전문위원은 “당초 일정을 확정한 것은 아니며 나중에 별도로 오찬이나 만찬을 하거나 개별적으로 만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정치인들은 필요에 따라 재계 인사를 불러 놓고 일방적으로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자기 말만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선거철에 경제인을 들러리로 활용하는 일은 이제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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