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 17일 당시 민주당 의원이던 그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최도술(崔導術)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의 행위를 강하게 비난하며 엄정 수사를 촉구했다.
그러나 이 총리는 최 전 비서관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기업인 등과 식사·골프 모임을 계속하며 어울렸다. ‘말 따로, 행동 따로’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도술 질타=이 총리는 2003년 10월 강금실(康錦實) 법무부 장관에게 최 전 비서관 사건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국회 속기록에 따르면 이 총리는 “아무리 대통령의 20년 비서였다고 해도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엄정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총리는 “길 닦아 놓으니까 뭐가 먼저 지나간다고, 선거 끝난 지 며칠 되지 않은 날 몸가짐을 가지런히 해야 할 사람이 재벌 회장한테 11억 원이나 받아 숨겨놓고 나눠먹었다는 얘기를 듣고 비통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고 통탄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03년 1월 하순 최 전 비서관에게 당선축하금 명목으로 불법 정치자금 2500만 원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벌금 3000만 원을 선고받은 강병중 부산방송 회장, 박원양 삼미건설 회장 등과 이듬해인 2004년 9월 27일 부산에서 저녁모임을 가졌다. 또 지난해에는 이들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초청해 식사를 대접했고, 올해 3월 1일에는 골프를 했다.
이들이 ‘최도술 사건’에 연루된 당사자라는 사실을 이 총리가 사전에 알고 만났는지도 관심이다. 그 사건 당시 부산의 지역 기업인들은 불법 정치자금 제공 혐의로 줄줄이 검찰에 불려가는 상황이었다.
▽이용호 질타=‘이용호 게이트’로 어수선했던 2001년 9월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 당시 민주당 의원이던 이 총리는 이 씨의 정관계 로비를 혹독하게 비판했다. 이용호 게이트는 2001년 이 씨가 주가조작 등의 비리와 관련한 검찰 수사와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막기 위해 정관계에 로비를 벌인 사건이다.
국회 속기록에 따르면 이 총리는 증인으로 출석한 이 씨를 상대로 “당신보다 더 심각한 청탁도 내가 많이 받았던 사람이야. 그러나 한 번도 불공정하게 처리해 본 적이 없어”라며 “전체 정부 여당이 당신 미꾸라지 한 마리의 커넥션에 다 관계되어 있는 것처럼 국민으로부터 오해 받게끔 상황이 전개돼 버렸단 말이야”라고 이 씨를 꾸짖었다.
그는 주가 조작에 대해서도 “주가 인상을 통해 돈을 버는 게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산업자본을 조달하기 위해 주식시장을 양성하는 것이지, 당신처럼 차익을 노려서 이득을 얻으라고 증시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다”고 훈계조로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총리는 주가조작 등의 혐의로 구속된 전력이 있는 영남제분 회장인 유원기 씨와 식사 및 골프 모임을 했다. 이 총리가 이용호 씨의 주가조작을 비판하던 바로 그때(2001년 9월) 유 씨는 주가조작으로 구속돼 1년 6개월의 형을 선고 받았다. 더구나 이 총리는 2004년 4월 유 씨의 장남에게서 후원금 400만 원을 받기도 했다.
이 총리는 지난해 1월 이기준(李基俊)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부동산 문제로 낙마하자 “앞으로 공직자가 되려면 능력은 물론이고 백로처럼 깨끗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의 ‘백로’ 발언 역시 이번 골프 파문으로 무색해졌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 이해찬 국무총리의 3·1절 골프모임과 관련해 본보는 9일자까지 이 총리와 함께 골프를 친 기업인과 그들의 기업을 익명으로 보도했습니다. 이는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총리의 3·1절 골프모임이 ‘공적인 관심(Public interest)’ 사안이고, 해당 기업인도 이 모임에 참석한 순간 공적 영역에 뛰어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본보는 이 보도가 전체적으로 ‘공적 인물의 공적 관심사’라고 판단해 이 모임에 참석한 기업인과 그들의 기업을 실명으로 보도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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