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골프 모임에 참가한 유원기 씨가 회장으로 있는 영남제분 주식을 대량 매입한 한국교직원공제회 김평수 이사장은 본보를 포함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 씨와의 지난해 골프 모임 및 영남제분 주식 투자에 대해 잇달아 말을 바꿔 관련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골프장은 누구와 몇 번 갔나=김 이사장은 9일 오전 교직원공제회 사무실에서 본보 기자와 만나 “지난해 가을(9월이나 10월 중 한 번)과 12월 두 차례 영남제분 유 씨를 만나 골프를 쳤다”고 밝혔다. 장소는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 골프 파문의 진원지인 부산의 A골프장이라고 시인했다.
그는 이때 자신과 이기우(李基雨) 교육인적자원부 차관, 유 씨 이외에 함께 골프를 친 사람은 부산 상공인이지만 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골프 비용은 자신과 이 차관 것은 직접 계산했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어떻게 했는지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이어 열린 언론사들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는 “유 씨와 골프를 친 것은 지난해 가을과 12월 두세 번”이라고 밝혔다. 앞서 본보 인터뷰에서와 달리 골프 횟수를 정확하게 밝히지 않은 것.
또 같이 간 사람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겠다”며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김 이사장은 공동 기자회견이 끝난 뒤 본보와의 추가 인터뷰에서는 ‘왜 말을 바꿨느냐’는 질문에 (웃으면서) “누구 목 달아나는 꼴 보고 싶으냐”고 반문했다.
기자가 3·1절 골프 모임에 참석한 기업인 K 씨 등을 거론하며 “아니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데 ‘노코멘트’인 것을 보니 ‘맞다’고 생각해도 되겠느냐”고 묻자 김 이사장은 웃으면서 화제를 다른 데로 계속 돌렸다.
이에 앞서 8일 밤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김 이사장은 “유 씨와 만난 게 작년 12월이 확실한가”라는 질문에 “몇 번을 말하게 하느냐. 작년 12월, 단 한 차례뿐이다”고 잘라 말했다.
▽유 씨를 언제 어떻게 알았나=김 이사장은 9일 오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는 “이 차관의 소개로 유 씨를 처음 만났고 골프 주선도 이 차관이 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이어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는 “지난해 12월엔 이 차관이 주선한 게 맞지만 10월엔 누가 소개해 줬는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또 그는 8일 오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선 “신문 보고 알았다. (유 씨를) 전혀 모른다” “골프 치러 가서 인사했는지는 모르지만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유 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8일과 9일에 걸쳐 ‘전혀 모른다’(중앙)→‘딱 한번 만났다’(연합)→‘이 차관 소개로 처음 만났다’(본보)며 말이 계속 바뀌고 있는 것이다.
▽영남제분에 대한 주식 투자는=김 이사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중소형주에 대한 주식 투자는 지난해 1, 2월경 자신이 실무진에 직접 지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채권 투자수익이 4%에 불과해 회원들에게 돌려줘야 할 수익률 5.75%를 도저히 맞출 수 없어 주식 투자를 늘려 볼 것을 주문했다는 것. 교직원공제회의 주식 투자가 대형주 중심이어서 수익성이 좋은 우량 중소형주 투자를 적극 권유했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또 자신은 영남제분에 대한 투자를 지시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유 씨와의 골프 회동이 있기 전 영남제분에 대한 투자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골프 회동 시에는 주식 투자와 관련된 얘기는 오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영남제분이 우리 내부에서 발굴한 종목인지는 오늘 (기자의 질문을 듣고) 처음 알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이어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는 영남제분에 대한 투자 사실을 안 시기에 대해 “주간, 월간 보고를 보면 알 수 있지만 관심 있게 보지 않았다”며 “잘 몰랐다”고 해명했다.
김 이사장은 이날 “골프가 골치 아프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참에 골프를 끊을까 생각 중”이라고 말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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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 이해찬 국무총리의 3·1절 골프모임과 관련해 본보는 9일자까지 이 총리와 함께 골프를 친 기업인과 그들의 기업을 익명으로 보도했습니다. 이는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총리의 3·1절 골프모임이 ‘공적인 관심(Public interest)’ 사안이고, 해당 기업인도 이 모임에 참석한 순간 공적 영역에 뛰어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본보는 이 보도가 전체적으로 ‘공적 인물의 공적 관심사’라고 판단해 이 모임에 참석한 기업인과 그들의 기업을 실명으로 보도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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