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연욱]‘아프리카 이니셔티브’ 자만은 금물

  • 입력 2006년 3월 13일 03시 04분


“40년 전 한국과 나이지리아는 비슷했다. 그러나 그 이후 많은 차이가 생겼다.”

올루세군 오바산조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간) 나이지리아를 국빈 방문 중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6번이나 한국을 다녀왔다는 오바산조 대통령은 경제규모 세계 11위로 성장한 한국의 발전상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바산조 대통령은 특히 이번 노 대통령 순방에 맞춰 결정된 우리 정부의 170만 달러 무상원조 계획에 거듭 감사를 표시했다.

12일 마지막 순방지인 알제리에서도 노 대통령은 압델 아지즈 부테플리카 알제리 대통령의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공항에 직접 나와 노 대통령을 영접한 데 이어 숙소인 영빈관까지 함께 차를 타고 40분간 이동하면서 환담을 나눴다.

한국 대통령의 아프리카 방문은 1982년 이후 24년 만이다. 당시 아프리카는 남북한 이념 외교의 전장(戰場)이었지만 지금의 아프리카는 ‘실용외교의 무대’이다. 아프리카 정상들은 한결같이 자국에 대한 한국의 투자 확대와 기술 전수를 요구했다. 노 대통령에 대한 환대는 우리의 경제력을 그만큼 높게 보고 있다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아프리카 정상의 ‘환대’에 마냥 느긋해할 상황은 아니다. 노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아프리카 개발을 위한 이니셔티브’ 계획을 발표했다. 사실상 대(對)아프리카 외교의 첫발인 셈이다.

하지만 일본과 중국에 비하면 한국은 늦어도 한참 늦었다. 한국 정부가 2008년까지 아프리카에 대한 정부개발원조(ODA)을 1억 달러까지 늘리겠다고 했지만 중국은 향후 3년간 아프리카에 100억 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다. 1993년 이래 이미 100억 달러를 지원한 일본은 내년까지 아프리카에 대한 ODA를 2배로 확대할 예정이다.

일본과 중국이 아프리카에 경쟁적으로 지원을 하는 것은 이 지역의 잠재력을 오래전부터 눈여겨봐 온 때문이다. 나이지리아는 원유 매장량이 352억 배럴에 이르는 아프리카 제1의 산유국이며 알제리의 원유 매장량도 세계 14위인 118억 배럴이다.

노 대통령을 만난 현지 교민들은 “아프리카를 더는 오지(奧地)로 보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아프리카가 새로운 ‘꿈의 대륙’으로 변하고 있다는 얘기다. 아프리카를 향한 우리의 발걸음을 더욱 재촉해야 할 때다.―알제(알제리)에서

정연욱 정치부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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