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총리의 침묵 언제까지 갈건가

‘3·1절 골프’ 관련 의혹이 계속 커지자 이해찬 국무총리는 10일 이후 언론과의 접촉을 끊었다. 골프 회동을 둘러싼 여러 해명이 대부분 거짓말로 드러났고, 골프 동반자였던 영남제분 유원기 회장의 ‘주가 조작’ 혐의를 놓고 의혹이 구체적으로 증폭되는데도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평소 야당과 언론이 자신의 비위를 거스르는 말 한마디만 해도 표독스럽게 달려들던 모습과는 크게 다르다.

영남제분은 ‘주가 작전’으로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겼고, 이에 한국교직원공제회가 관련돼 있다는 의혹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영남제분이 고의적으로 투자자 모르게 주식을 장외(場外) 매각해 ‘개미군단’에 피해를 줬다면 중대한 범죄행위다. 여기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인맥이 이 총리 자신과 전적으로 무관하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총리는 입을 다물고 있다. 행정을 총괄하는 실무 수장으로서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이 총리를 감싸온 여권 내부에서조차 사퇴 불가피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상대로 한 의견조사에서도 퇴진론이 대세였다고 한다. 검찰도 한나라당이 10일 이 총리와 이기우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을 뇌물수수혐의로 고발해 옴에 따라 수사에 착수했다. 그런데도 이 총리는 물론 총리실 관계자들은 아무런 입장 표명도 않고 있다.

총리실의 일부 관계자들은 여전히 “3·1절 골프 모임에 참석했다는 것만으로 이 총리가 사퇴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거취는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논의할 문제”라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이 총리의 책임은 면할 길이 없어 보인다. 국민이 분노하는 것은 입으로는 ‘도덕성’을 외치면서 뒤로는 정경유착의 악취(惡臭)가 풍기는 이런 골프 모임을 수차례 가진 총리의 위선(僞善) 때문이다. 이런 그를 총리로 계속 인정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공무원인들 총리의 지휘를 받아들이겠는가.

행여 이 총리가 ‘버티면 지나가겠지’라고 생각한다면 오산(誤算)이다. 시중에선 “노무현 대통령이 오히려 불쌍하다”는 역설적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 총리가 내일 귀국하는 노 대통령의 뜻을 살펴 거취를 결정하려 든다면 더 비굴하게 보일 뿐이다. 만약 노 대통령이 사퇴하지 말라고 한다면 물러나지 않을 셈인가. 이 총리는 분노하는 국민의 심정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