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제분 작년 6월엔 기관들 초청 골프접대

  • 입력 2006년 3월 15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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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와 3·1절 골프를 함께 친 유원기(柳遠基) 회장 소유의 영남제분이 지난해 6월 기관투자가를 대거 부산으로 초청해 골프 접대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증권사는 골프 접대를 받은 뒤 영남제분 주식을 43만5000주(2.09%)나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한국교직원공제회의 투자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영남제분이 주가 부양을 위해 다른 기관투자가에게도 ‘골프 로비’를 벌인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L증권 법인영업담당 임원 S 씨는 “지난해 6월 영남제분의 초청으로 기업분석을 담당하는 연구원과 함께 부산에 내려가 회사를 탐방했다”며 “이후 다른 기관투자가 직원들과 함께 영남제분으로부터 식사와 함께 골프 접대를 받았다”고 말했다.

L증권은 이후 영남제분 주식을 계속 사들여 12월 27일까지 지분을 2.09%로 늘렸다. 지난해 5월 23일 3030원이었던 영남제분 주가는 10월 17일 6310원으로 급등했다.

영남제분 측에서는 부사장 B 씨와 기업설명회(IR) 담당 임원 등 3명이 나와 S 씨 등에게 골프 접대를 했다.

S 씨는 “우리 말고도 기관투자가 6, 7명이 다른 조에서 골프를 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L증권사는 “당시 같이 골프를 친 기관이 어디인지, 교직원공제회 관계자가 그 자리에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기관투자가 관계자가 투자하는 기업이 제공한 골프 접대를 받은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게 증권가의 반응이다.

대부분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는 투자 또는 기업분석 대상 기업으로부터 접대받는 것을 사규로 금하고 있다. 접대를 받으면 그 회사에 적정 수준 이상의 돈을 투자하는 등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L증권사 관계자는 “지방에서 열리는 IR 행사에 참가한 뒤 골프 접대를 받는 것은 일반적인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골프 접대를 받은 S 씨도 “공장을 둘러보고 나니 시간이 많이 흘러 당일 서울로 올라오기가 어려워 식사를 하고 다음 날 골프를 친 것”이라며 “영남제분이 주식을 사라고 권하는 자리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기관투자가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은 회사를 탐방하기 위해 부산까지 내려간 것은 납득하기 쉽지 않은 행동”이라며 “골프를 치고 난 뒤 주식을 집중 매수한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L증권사 측은 “영남제분 주식은 단기투자 목적으로 사들인 것이며 최근 3·1절 골프 의혹이 불거진 뒤 주식을 모두 팔아 지금은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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