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회 공화국’ 수술 불가피…실세 李총리 퇴진 이후

  • 입력 2006년 3월 16일 03시 05분


이해찬 국무총리의 사퇴로 이 전 총리가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각종 국가 정책이 당분간 ‘개점휴업’에 들어갈 운명에 처했다.

16일부터 한덕수(韓悳洙)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총리 직무대행 체제가 가동된다 하더라도 ‘실세 총리’가 추진했던 것처럼 정책에 힘이 실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이 전 총리가 끌고 온 각종 국정 현안은 분권형 국정 운영의 한 축을 담당했던 위치에 걸맞게 여당의 정치적 뒷받침이 필요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관료 출신인 한 부총리는 이 전 총리 같은 정치력을 발휘하기 어려워 국정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특히 ‘위원회 공화국’이란 비판을 받으면서도 끊임없이 신설된 각종 위원회의 조정은 물론 총리가 위원장인 위원회들의 위상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총리가 위원장인 위원회는 총 49개다. 이 전 총리가 취임한 2004년 6월 30일 이후 신설된 위원회만도 18개나 된다.

참여정부의 핵심 과제인 ‘균형 발전’과 관련해 이 전 총리는 행정중심복합도시추진위원회, 지방이양추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왔다. 또 청년실업대책특별위원회, 사법제도개혁위원회도 총괄했다.

노무현(盧武鉉) 정부가 추진 중인 과거사 정리를 지원하기 위한 위원회도 이 전 총리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했다.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위원회, 거창사건 등 관련자 명예회복심의위원회, 노근리 사건 희생자 심사 및 명예회복위원회,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 등은 이 전 총리가 위원장으로 있거나 총리 소속으로 둔 위원회다.

이 전 총리의 퇴진으로 국무조정실의 조정 능력도 예전과 같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검경 수사권 조정도 당분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리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사회 통합을 위한 연석회의, 저출산 대책과 사회안전망 개혁을 위한 희망한국21 사업, 방송 통신 융합추진위원회 출범 등도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한편 당분간 국무총리 직무를 대행할 한 부총리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로 출근해 총리비서실의 업무 보고를 받고 본격적인 총리 직무대행을 시작한다. 한 부총리는 총리 집무실이 있는 정부중앙청사와 경제부총리 집무실이 있는 정부과천청사를 오가며 집무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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