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경유착 끊어졌다는 盧대통령, 발밑 살펴야

  • 입력 2006년 3월 16일 03시 05분


노무현 대통령은 3·15의거 46주년 기념 메시지를 통해 “정경유착의 고리가 확실히 끊어졌다”고 말했다. 진짜로 그렇게 믿는 걸까. 아니면 ‘3·1절 골프’를 계기로 ‘조금쯤 꼬리가 밟히는 듯한’ 영남제분과 한국교직원공제회를 둘러싼 의혹, 그리고 그 사이에서 어른거리는 음습한 유착의 그림자를 덮어두자는 암시인가.

이해찬 전 총리가 3·1절 골프를 함께 친 유원기 회장의 영남제분은 지난해 6월 기관투자가들을 부산으로 대거 초청해 골프 접대를 했고, 이들 중 일부가 영남제분 주식을 매입함으로써 영남제분은 주가조작 의혹을 사고 있다. 이 회사는 자사주(自社株)를 사들였다가 주가가 오른 뒤 기관투자가들에게 넘겨 큰 이득을 취했고, 개인투자자들은 손해를 봤다.

한국교직원공제회가 코스닥기업인 영남제분에 거액을 투자한 경위를 놓고도 3·1절 골프 멤버들 간의 관계에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 전 총리 측은 유 회장에게서 2004년 4월 400만 원의 후원금을 받고도 선거관리위원회에는 유 회장의 아들이 기부한 것처럼 거짓 신고를 했다.

뇌물수수와 주가조작 등 범죄 관련 의혹은 검찰 수사에서 철저히 밝혀져야 한다. 물론 이 전 총리는 ‘들러리’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불법 정치자금 제공, 주가조작 혐의 등 적지 않은 문제가 이미 드러난 기업인과 짧지 않은 기간을 부적절하게 교제한 것만으로도 ‘유착 검색대’를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전 총리의 퇴진은 ‘골프게이트’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정경유착의 고리가 끊어졌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이 앞으로 진행될 수사의 범위를 좁히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 이번 사안 말고도 노 대통령은 임기를 끝낼 때까지 정경유착의 싹이 자라고 뿌리가 내리지 않도록 늘 발밑부터 살피는 게 좋다. 그저 “대통령인 저부터 초과 권력을 깎아 냈다”는 말로 안심할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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