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리 이임식]“지난 열흘 폭우에 옷이 흠뻑 젖었다”

  • 입력 2006년 3월 16일 09시 14분


마지막 인사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15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이임식 후 청사를 떠나며 손을 흔들고 있다. 김동주 기자
마지막 인사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15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이임식 후 청사를 떠나며 손을 흔들고 있다. 김동주 기자
이해찬 국무총리는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19층 대회의실에서 이임식을 갖고 1년 8개월간의 총리직을 마감했다.

그는 이날 이임사에서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는 얘기가 있는데 지난 열흘간 폭우가 쏟아져 옷이 흠뻑 젖었다”며 골프 파문 이후 사퇴까지 열흘간의 마음고생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어 “그동안 정당에서 선거도 치르고 서울시와 교육부에서 공직생활을 해 왔지만 부정행위를 하거나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으려 노력했고 실제로도 그렇게 했다”며 “조금만 지나면 어처구니없구나 하는 일들이 발생한다”고 3·1절 골프 파문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간접적으로 부인했다.

이 전 총리는 또 “사려 깊지 못한 처신으로 많은 공직자와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내 한 몸 이제 편하게 됐지만 제 몫을 다하지 못하고 헤어지게 돼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날 이임식에는 한덕수(韓悳洙)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등 정부 장차관과 총리실 직원 등 모두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전 총리는 웃으며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이에 앞서 이 전 총리는 이날 오전 9시경 청사에 출근한 뒤 오후에 환경부 장관과 공정거래위원장에 대한 제청권을 행사했다.

이임식을 마친 이 전 총리는 국회의원을 겸직하고 있기 때문에 당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그러나 당장 당내에서도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김덕규(金德圭) 국회 부의장과 함께 당내 최다선(5선) 의원이지만 친정인 당의 거센 사퇴 요구에 떠밀려 총리직을 내놨기 때문에 당분간 정치적 운신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동영 의장 체제의 당 지도부와도 불편한 관계가 쉽게 해소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5·31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지만 당내에서는 “가급적 얼굴을 비치지 않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이 전 총리가 곧바로 정치적 활동에 나서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한 당직자는 “어쨌든 이 전 총리가 돌아오면 예우를 해야 하는데 상임고문으로 위촉하는 정도일 것”이라며 “본인 스스로 백의종군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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