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향식 공천은 ‘제왕적(帝王的) 총재’와 중앙당의 밀실공천을 막기 위한 장치다. 그러나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앙당의 ‘전략 공천’이라는 하향식 공천이 쏟아지고 있다. 집권 여당부터 ‘당선 가능성’을 앞세워 전현직 장관을 낙하산식으로 시도지사 후보로 공천할 태세다. 눈앞의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그들이 업적으로 자랑했던 ‘정치개혁’마저 내팽개친 모습이다.
기간 당원 제도 또한 여당의 ‘종이당원’ 및 당비 대납(代納)소동으로 그 취지가 무색하게 됐다. 열린우리당의 경우, 2004년 말 11만 명이던 기간당원이 작년 재·보선을 앞두고 23만 명, 올 2월 전당대회를 계기로 56만 명으로 늘었다. 이 중 80%가량이 당비를 대신 내주고 이름만 빌린 경우라고 한다. 한나라당 등 야당에서도 공천 잡음과 유령 당원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중앙당 축소 및 원내화, 지구당 폐지 약속도 온데간데없다. 여당은 중앙당을 축소해 저(低)비용의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하고, 원내대표가 중심이 되는 원내정당화를 공약했다. 그러나 지난해 사무총장 자리를 복원하고 사무부총장직을 세 자리나 만드는가 하면, 현직 의원이 아닌 당의장의 비서실에 현역 의원 5명을 배치하는 등 과거의 중앙당 위세를 능가하는 구도로 재편해 버렸다. 지구당을 폐지한다고 했으나 그 대안으로 만든 당원협의회 회장을 올해부터 현역 의원이 맡고 있다. 사실상 지구당이 되살아난 셈이다.
여야는 정당 개혁을 약속하고 홍보하던 초심(初心)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과거의 정당 체질에 문제가 많아 고치기로 한 것을 송두리째 뒤엎고 환원하는 행태는 스스로 정당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不信)을 키우는 자충수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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