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은 이날 밤 한 의원 측에 한 의원에 대한 나름의 검증 결과를 알려주면서 한 의원의 신상자료를 22일 중 보내달라고 요청함으로써 사실상 한 의원이 새 총리 후보로 내정됐음을 통보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한 의원 내정으로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세미나 참석차 현재 우즈베키스탄을 방문 중인 한 의원은 국내 보좌진으로부터 이 같은 상황을 듣고 총리 후보로 지명될 가능성에 대비해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이병완(李炳浣) 대통령비서실장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후반기 국정은 안정적으로 관리해 가는 게 중요하다. 야당에서 큰 시비 없이 총리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인물을 선정하는 게 ‘안정 항해’의 중요 요소”라고 말했다. 이는 야당의 뜻이 총리 인선의 중요 기준이라는 얘기로 사실상 한 의원을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야당의 뜻’을 거론한 것은 ‘코드인사’, ‘오기인사’로 대표되는 노 대통령 특유의 인사스타일과는 다른 것이다.
노 대통령의 이런 ‘변화’엔 무엇보다 5월 지방선거를 눈앞에 두고 새 총리 인선 문제로 정치적 논란거리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야당과 여론이 반대하는 인물을 지명할 경우 선거에서 여당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한 의원과 함께 언론에서 거론한 김병준(金秉準) 대통령정책실장 카드를 던진 것은 야당을 향한 일종의 ‘빅딜’ 제안으로 해석됐다. 두 사람 중에서 야당이 상대적으로 덜 거부하는 인사를 기용할 테니 총리 임명동의 과정에서 논란을 자제해 달라는 뜻이다.
지방선거를 의식한 일회성 ‘책략’ 차원을 넘어 남은 임기의 안정적 마무리를 위해 지속적으로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 내기 위한 장기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노 대통령은 17일 여야 원내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제 마음도 개방하고 싶다”고 했고, 이 실장도 이날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선 야당이 중요한 상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한, 김 두 카드에 대해 모두 흔쾌하지는 않은 반응을 보이면서도 두 사람 중 한 명을 선택하는 게 불가피하다면 상대적으로 한 의원이 상대적으로 낫다는 기류가 지배적이었다.
한명숙 의원 프로필 | |
나이 | 62 |
출생지 | 평남 평양 |
학력 | 정신여고, 이화여대 불문학과, 한신대 신학대학원 신학석사 |
경력 | 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여성부 장관, 환경부 장관, 16, 17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 |
이방호(李方鎬) 정책위의장은 이날 한 의원에 대해 “능력으로야 총리를 하는 데 크게 문제가 없지만 당적이 문제”라고 말해 조건부 긍정론을 보였다.
허태열(許泰烈) 사무총장도 “김 실장은 도덕성이나 경력 등에 있어 총리가 되기에는 부족하다. 한 의원은 정치적 중립성에 문제가 있긴 하지만 여성 정치인이고 정치적 컬러가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조건 반대하기에는 명분이 좀 약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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