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시장 이용 ‘남산 실내테니스장’ 유력 정치인들도 출입

  • 입력 2006년 3월 22일 03시 00분


상량문도 논란서울 서초구 잠원동 실내 테니스장 천장에 붙어 있는 이명박 서울시장의 이름이 들어간 상량문. ‘용 입주상량 귀(龍 立柱上樑 龜)’에서 용은 임금, 귀는 장수를 의미한다. 열린우리당 ‘황제 테니스 의혹 진상조사단’ 유기홍 의원 측은 “왕이 큰 건물을 지을 때나 상량문에 이름을 올린다”고 말했지만 서울시 측은 “고건 전 총리도 서울역사박물관과 서울시민안전체험관의 상량문에 이름을 올렸다”고 반박했다. 연합뉴스
상량문도 논란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실내 테니스장 천장에 붙어 있는 이명박 서울시장의 이름이 들어간 상량문. ‘용 입주상량 귀(龍 立柱上樑 龜)’에서 용은 임금, 귀는 장수를 의미한다. 열린우리당 ‘황제 테니스 의혹 진상조사단’ 유기홍 의원 측은 “왕이 큰 건물을 지을 때나 상량문에 이름을 올린다”고 말했지만 서울시 측은 “고건 전 총리도 서울역사박물관과 서울시민안전체험관의 상량문에 이름을 올렸다”고 반박했다. 연합뉴스
21일 서울 남산 서울유스호스텔(옛 국가안전기획부 본관) 옆에 있는 남산 실내테니스장. 주변을 오가는 차량이 거의 없고 인적도 드물어 스산한 분위기였다. 출입구는 자물쇠가 채워져 굳게 닫혀 있었다.

‘황제 테니스’ 논란에 휩싸인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이 이용한 이 테니스장을 박근혜(朴槿惠) 한나라당 대표, 고건(高建) 전 국무총리, 정몽준(鄭夢準) 국회의원 등 유력 인사들이 2003∼2005년 주말에 이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서울시테니스협회가 남산테니스장을 정치권의 사교장으로 활용해 이권을 챙기려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여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주말에 유력 인사들이 독점?=이 시장의 남산테니스장 독점 이용과 관련된 논란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이곳을 이용했던 정치인들은 적극 해명에 나섰다.

박 대표는 21일 비서진을 통해 “지난해 8∼10월 월정 회비를 정식 납부하고 남산테니스장을 이용했다”며 “바쁜 일정 때문에 석 달 동안 4차례만 이용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 측은 “사전에 전화를 해서 코트가 비어 있는 시간대에 맞춰 테니스장을 찾았고, 테니스 상대는 테니스장 측이 소개해 준 레슨 강사였다”고 설명했다.

고 전 총리도 이날 “서울시장 재임 시 남산테니스장을 숭의여대 체육장으로 빌려줬고, 이 기간에 스티븐 보스워스 당시 주한 미국대사와 모 인사를 초청해 두 번 이용했다”고 해명했다.

정 의원 측은 “남산테니스장을 1년에 서너 차례 예약해 이용했고 요금도 정상적으로 지불했다”고 밝혔다.

▽테니스 로비 의혹=남산테니스장은 2003년 한국체육진흥회가 위탁 운영을 맡으면서 정치인들이 주말에 테니스장을 집중적으로 이용했다.

이와 관련해 선모 전 서울시테니스협회장은 수시로 말을 바꿨다.

그는 21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정계 인사들이 남산테니스장을 이용한 것은 맞지만 내가 (이들을) 초청하지 않았고 테니스 요금을 대납하지도 않았다”며 로비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20일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이 시장은 물론 유력 인사들을 여러 차례 초청해 테니스를 했고 이들의 테니스 비용을 모두 내가 납부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남산테니스장에 대한 위탁 운영권을 회수하려다 한국체육진흥회의 반발로 그만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는 공공성 확보를 이유로 체육진흥회의 남산테니스장 위탁 계약을 위탁기간 만료 13개월 전인 지난해 3월 해지하려 했다. 그러나 체육진흥회는 시를 상대로 계약해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서울행정법원은 체육진흥회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시가 남산테니스장을 직영했다면 테니스장 예약을 간소화하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 시장이 이곳을 사용할 수 있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청렴위 ‘테니스 파문’ 사실확인 착수

국가청렴위원회 관계자는 21일 이명박 서울시장의 ‘테니스 파문’과 관련해 “참여연대로부터 (공무원 행동강령을 위반했다는) 신고가 접수된 만큼 신고 내용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면서 “사실로 확인되면 조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청렴위는 이해찬(李海瓚) 전 총리의 ‘3·1절 골프파문’에 대해서는 시민단체(활빈단)의 신고를 받고도 내용이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조사를 하지 않아 형평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청렴위 관계자는 “이 전 총리의 골프와 관련한 신고는 팩스를 통해 간단한 사실관계만 언급돼 그 자체만으로 사실 확인에 들어갈 수 없었다”면서 “보완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이 전 총리가 그만둬 이후 절차를 밟지 않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홍정식(洪貞植·56) 활빈단장은 “전화든 팩스든 e메일이든 청렴위로부터 직접 보완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은 이날 이 시장에 대해 “국회 국정조사와 검찰 고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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