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홈페이지에 테니스장 천장에 붙어 있는 ‘용 입주상량 귀(龍 立株上樑 龜) 2005년 11월 23일 서울특별시장 이명박’ 글귀가 적힌 상량문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공개하고 “편법 건립에 이명박 서울시장이 개입됐다. 글귀의 의미가 수상하다”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유기홍 의원은 역사전공자를 자처한 뒤 “거북은 십장생의 하나로 상량문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임금을 상징하는 ‘용(龍)’ 자가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는데 이는 대단히 오만한 태도”라고 주장했다. 우원식 의원도 “이 시장이 ‘용(龍)’과 ‘귀(龜)’를 넣은 것은 ‘영원한 왕’을 지칭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건축 및 문화재 전문가들은 열린우리당의 주장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한국전통초가연구소 윤원태 소장은 “상량문에 ‘용(龍)’과 ‘귀(龜)’는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글자”라며 “용과 거북이는 물의 상징이기 때문에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김봉건 소장도 “상량문에 앞뒤로 붙이는 ‘용귀’자는 일반적으로 쓰는 것”이라며 “상스러운 동물인 용과 거북이를 앞세워 나쁜 것을 물리치고 좋은 일만 있길 바란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누리꾼들도 이들의 의견에 동조했다.
22일 유기홍 의원의 홈페이지에는 “상량문에 ‘용(龍)’ ‘귀(龜)’ 자는 기본으로 쓰는 것이다. 이런 것을 이상하게 해석해 시비를 거는 의원들이 한심하다”는 비난 글이 올라오고 있다.
스스로를 서예가라고 소개한 ‘과객’은 “상량문을 많이 써왔는데 일반적으로 ‘용귀’는 기본”이라며 “참으로 웃기는 얘기다. 이런 일 때문에 물고 뜯는 정치인들이 웃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구상찬 부대변인은 “‘용귀’를 쓴다고 다 왕이 되고 대통령이 된다면 정동영 의장도 이름을 ‘정동용’으로 바꾸고 김근태 최고위원도 ‘김근귀’로 개명을 해보는 것이 어떨지 권하고 싶다”며 “용이나 봉자만 들어도 경기가 날 정도로 놀래고 두려워하는 것을 보면 열린우리당 전체가 정권교체에 대한 공포에 휩싸여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도 보도자료를 내고 “용과 거북이가 수신(水神)이어서 화재 예방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썼다”고 반박했다.
●상량문의 이명박 시장 이름은? = 열린우리당 ‘황제 테니스 의혹 진상조사단’은 상량문에 이명박 시장의 이름이 쓰인 것도 문제를 삼았다.
진상조사단은 공공건물의 경우 상량문엔 발주기관(또는 건물소유자)과 공사와 관련된 공무원들, 설계·시공자들의 이름을 연명으로 적어 넣는다며 이 시장의 이름이 적힌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판단을 유보했다.
윤원태 소장은 “상량문에 건축주나 목수의 이름이 들어가는 것이 관례다. 이 시장이 해당되는지는 국민이 판단해야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봉건 소장도 “상량문에 이름을 쓰는 것에 어떤 일정한 양식이 있는 건 아니다. 이 시장의 이름이 들어간 것을 두고 ‘맞다 틀리다’는 판단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김수연 동아닷컴 기자 sian@donga.com
한국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온라인 서비스에서 ‘상량문(上樑文)’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집을 신축할 때 연·월·일·시·좌향(坐向)·축원문 등을 적은 글.
기둥에 보를 얹고 그 위에 마룻대(상량)를 놓을 때 행하는 제의가 상량고사인데, 집 짓는 고사 가운데 가장 성대하게 지내며 이때 상량문도 올리게 된다. 큰 집의 상량문에는 신축이나 중창 여부, 집 짓는 책임자인 도편수와 중편수의 이름까지 쓴다. 특수한 건물이나 일반 가옥에는 상량의 받침도리 바닥에 먹으로 써서 상량 도리 장혀에 구멍을 파서 넣고 도리를 얹으므로 도리를 빼기 전에는 그 내용을 알 수 없다. 이러한 건물에는 상량문을 새긴 현판을 따로 만들어 걸어두기도 한다. 일반 가옥의 상량문 좌우 양끝에는 용(龍)자·구(龜)자를 서로 마주 대하도록 써둔다. 이는 용과 거북이가 수신(水神)이므로 화재를 예방해주리라는 속신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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