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매매로 중국 남자에게 팔려 가 성노리개로 전락하는 북한 여성이 너무 많다. 더 심각한 것은 식량난 때문에 팔려 가기를 자청하는 여성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22일 뉴라이트전국연합 주최로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북한인권 민간청문회에서 문현옥(43·여·1998, 2000년 두 번 탈북) 씨는 북한 여성의 인신매매 실상을 폭로했다.
그는 “1998년 아이를 밴 채 중국 공안원에게 잡혀 북송된 한 여성을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요원이 ‘중국 놈의 더러운 씨를 뱄다’며 군홧발로 수차례 걷어차 유산시키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문 씨와 이광철(44·2004년 탈북), 이현심(24·여·2001, 2003년 탈북), 김영순(67·여·2001년 탈북) 씨 등 4명이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와 중국 정부의 탈북자 강제 북송에 대해 증언했다.
이현심 씨는 “중국의 탈북자 수용소에서 20대 탈북 여성을 기둥에 매달아 놓고 전기곤봉으로 때린 적이 있다”면서 “이 여성은 이를 못견뎌 옷핀을 삼켜 자살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2002년 중국과 베트남의 국경지대에서 중국 공안원에게 붙들려 중국 지린(吉林) 성 투먼(圖們)수용소에 5개월간 수용됐다.
황해도 사리원시 도인민병원 의사였던 이광철 씨는 “북한 병원들에 1, 2개월 분량으로 비축된 약품은 1980년대의 하루치 분량”이라며 “의사들이 봄가을에 도라지 황기 등을 캐 병원에 바쳐야 할 정도로 약품 부족이 심각하다”고 증언했다.
평양종합예술대학 무용학부 1기 출신인 김 씨는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부인이었던 성혜림(成惠琳·2002년 65세로 사망) 씨를 잘 안다는 이유로 1970년 북한 요덕수용소에 끌려가 8년 6개월 동안 생활했다.
그는 “탈옥을 시도한 수용자는 공개처형을 당하기 일쑤”라며 “영양실조로 죽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16만 명가량의 탈북자가 중국을 떠돌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는 이들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탈북자의 북송을 막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위원으로 참석한 제성호(諸成鎬·중앙대 법대 교수) 공동대표는 “지난해 유엔총회가 북한인권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졌지만 정작 한국은 이에 무관심하다”면서 “청문회를 꾸준히 열어 중국과 북한 정부의 인권 유린 실상을 국제사회에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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