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회는 미국의 ‘프리덤하우스’, 벨기에의 ‘국경 없는 인권회’ 등이 공동 주최했고 23일까지 진행된다. 북한 인권 국제대회는 지난해 7월 미국 워싱턴, 12월 서울 대회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인권문제와 대북지원 연계”=이슈트반 셴트 이바니 EU의회 한반도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대회에 참석해 “북한이 인권문제 개선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EU 차원의 무조건적인 대북 지원은 더는 힘들다”고 밝혔다. EU는 1995∼2005년 북한에 4억2000만 유로를 지원했다.
이바니 부위원장은 “인권을 탄압하는 북한 정권과는 거래할 수 없다(no business)”면서 “EU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좀 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23일 열리는 EU의회의 탈북자 관련 청문회를 기획했다.
그는 청문회에 대해 “EU의원들이 탈북자의 증언을 통해 북한 인권의 실상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첫 행사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바니 부위원장의 소속 당인 ‘자유민주연합’은 EU의회 내 제3당으로 좌파로 분류되는 진보 정당이다. 인권대회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EU의회 내에서 북한 인권문제는 우파를 중심으로 제기돼 왔다”면서 “좌파까지 합세함에 따라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EU의 압박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인신매매 탈북 여성 첫 증언=“북한의 인권문제는 사람이 죽느냐 사느냐의 생존권 문제다. 유럽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EU의 중심지에서 유럽을 상대로 북한 인권의 실상을 알리는 첫 대회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주최 측은 강조했다.
북한 인권 대회는 탈북자들의 증언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북한에서 예술선전대로 활동하다가 어머니 언니 여동생과 함께 중국으로 건너간 탈북자 이신(28·여) 씨는 인신매매를 당해 온 가족이 뿔뿔이 팔려간 사연을 털어 놨다. 인신매매를 당한 탈북 여성이 직접 증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씨는 “노예나 다름없는 생활을 했다”면서 “인신매매를 당한 또 다른 탈북 여성이 달아나려다 붙잡히는 바람에 발가벗긴 채 길 한복판에서 수모를 당하는 모습도 목격했다”고 전했다.
체코에 있는 ‘조선체코 신발합작회사’ 사장이었던 김태산(53) 씨는 현지 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의 실태를 고발했다. 김 씨는 “한 달 뼈 빠지게 일하고도 월급의 대부분을 북한 당국이 빼앗아 가는 바람에 정작 여직원들은 한 달에 10∼13달러밖에 못 받았다”고 밝혔다. 러시아 불가리아 쿠웨이트 리비아 등을 비롯해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도 월급의 대부분을 당국에 빼앗긴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어 사이가 후미코 일본 대북 인권담당 특사는 일본인 납북자 실태를 자세히 설명한 후 “납북자 문제는 일본 정부의 주요 현안 가운데 하나로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면서 국제사회의 협력을 촉구했다.
또 이날 행사에선 송영선(宋永仙) 한나라당 의원이 한국 정부의 대북 온건 정책을 비판했으며 참석자들은 탈북자의 증언을 담은 영상물 ‘꽃동산’을 감상했다.
▽평화원정대 반미시위=“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자극적인 정보가 흘러나오고 있다. 북한 인권을 거론하기에 앞서 미국의 대북 위협 요소를 해소하는 게 급선무다.”
북한 인권 대회가 열리는 같은 시간. 브뤼셀 거리에선 통일연대와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 주축을 이룬 ‘한반도 평화원정대’의 반미 행사가 열려 다른 목소리를 냈다.
북한인권 대회에 맞불을 놓기 위해 원정을 온 원정대는 22일 유럽의회를 방문해 자신들의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한 데 이어 오후에는 브뤼셀 주재 미국대사관 앞에서 미국의 반인권 실태를 고발하는 집회를 열었다.
행사 주최의 성격에서 알 수 있듯 두 행사에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입장은 크게 달랐다. 21일 평화원정대는 개성공단을 예로 들며 “북한은 개성공단을 개방하는 등 변화하고 있는데 미국은 일방적인 패권주의로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브뤼셀=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프리덤하우스
이번 대회 공동 주최자로 1941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엘리너 루스벨트 씨 등에 의해 설립된 민간단체. 민주, 공화 양당의 저명한 정치인과 학계, 언론계 인사 등으로 구성된 초당적 조직이지만 보수 성향으로 알려져 왔다. 세계의 민주화 운동 지원과 반독재 운동 등을 전개해 왔다. 2004년 미 의회가 북한인권법을 제정해 북한 인권 관련 단체에 정부 예산 지원을 할 수 있게 되자 미 국무부는 200만 달러를 프리덤하우스에 지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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