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거 틈탄 ‘파업 위협’ 정치로 풀면 안된다

  • 입력 2006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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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가 이른바 ‘4월 춘투(春鬪)’를 본격화할 조짐이다. 민주노총이 내달 3∼14일의 총파업을 예고했고 한국철도공사, 운송하역노조 산하 화물연대, 서울지역 마을버스 등도 잇달아 파업을 선언했다. 정부 여당이 5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법대로 대응하기 힘들 것이라고 계산하는 듯하다.

민주노총은 또 비정규직 관련 법안의 4월 임시국회 처리를 막겠다고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저지, 무상의료·무상교육 쟁취 등의 구호도 내걸었다. 말로는 계약직 보호를 외치지만 사실은 ‘철밥통’ 노조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비정규직 법안에 반대하고, 그것도 모자라 노동자들을 반(反)세계화 투쟁으로 내몰고 있다. 시대를 역류하는 행태다.

우리나라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 지난해 수출입 5000억 달러를 돌파한 세계 12위의 무역대국이다. WTO 체제와 자유무역의 유용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경제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런데도 이를 외면하는 것은 노동운동이 아니라 정치투쟁 계급투쟁을 하겠다는 것이다. 철도공사 노조가 다시 파업을 결의한 것도 선거를 틈타 정부와 회사 측을 또 흔들어 보겠다는 것이다. 노조는 해고자 복직과 비정규직 철폐를 들고 나왔지만 이는 단체협상 대상도 아니다.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은 그제 한 신문 인터뷰에서 “노사문제가 제대로 안 풀리는 것은 정치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정치권이 노동계에 섣부른 약속을 하고, 기대심리를 부추겨 노사관계의 기본 틀이 깨졌다는 지적이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노동계가 장외투쟁에 몰두할 당시 이해찬 총리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위원장을 총리 공관으로 불렀던 일을 구체적 사례로 꼽았다. 노동문제를 정치적으로 풀려는 ‘이해찬식 1980년대 버전’이 노사관계를 악화시켰다는 얘기다.

툭하면 파업을 하고 이를 무기 삼아 정치권과 거래하려는 노동계의 고질을 이번에는 바로잡아야 한다. 선거를 의식해 어물쩍 대응하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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