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종로구 창성동 정부중앙청사 별관 3층에 마련된 7평 남짓한 임시 사무실. 한명숙(韓明淑) 국무총리 후보자가 총리실 간부들과의 첫 공식 모임에서 한 말이다.
이날 한 후보자의 표정은 시종 부드러웠다. 하지만 그의 말은 여성이기 때문에 조직 장악력이 남성에 비해 떨어질 것이란 일각의 우려를 의식이라도 한 듯 단호했다.
한 후보자는 조영택(趙泳澤) 국무조정실장을 비롯한 총리비서실 1급 이상 간부들에게 “제가 선장이라면 여러분은 한 배를 탄 선원이다. 배는 선원이 움직이는데, 여러분이 원만하게 노를 저을 수 있도록 조정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후보자는 “선장은 언제나 목적지와 방향을 가리키는데 (저의) 목적지와 방향은 국민의 평안과 행복이다. 이 기준에 따라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고 총리 역할도 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후보자는 이날 오후 국무조정실 조정관급 간부들이 배석한 가운데 유종상(兪宗相) 기획차장과 박종구(朴鍾九) 정책차장에게서 국정 현안에 대해 보고받았다.
그는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매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총리실 간부들에게서 업무 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한나라 “청문회는 참석… 탈당 요구 계속”
한나라당은 27일 한명숙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해 열린우리당 당적 이탈을 계속 요구하되 한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는 참여하기로 했다.
이는 5·31지방선거의 중립적 관리를 위해 한 후보자의 당적 이탈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청문회 및 임명동의안 표결에 불참할 것이라던 전날까지의 방침에서 선회한 것이다.
이계진(李季振)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브리핑에서 “한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 여부는 청문회에서 따져 봐야 한다는 것이 당론이다.
인사청문회를 열게 되면 한 후보자에 대해 선입견 없이 국무총리로서의 자격, 자질, 도덕성을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총리의 당적 포기를 요구하는 것은 공정한 선거를 치르겠다는 기본적인 정부의 의지 표명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이 청문회에 참여하기로 한 것은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다른 야당이 당적 이탈 요구에 동조하지 않고 있는 데다 청문회 거부가 자칫 ‘여성 총리 거부’로 비칠 수 있다는 당내의 우려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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