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국내 CEO 대상 특강

  • 입력 2006년 3월 28일 13시 25분


노무현 대통령이 28일 오전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미래를 준비하는 사회, 멀리보는 기업'이란 주제의 특별강연에 참석해 강연을 하고 있다.[대한상공회의소 제공]
노무현 대통령이 28일 오전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미래를 준비하는 사회, 멀리보는 기업'이란 주제의 특별강연에 참석해 강연을 하고 있다.[대한상공회의소 제공]
◇"경제인들과 소통으로 문제 풀면 좋겠다"

노무현 대통령은 28일 "나와 국민들 사이에 소통에 상당히 많은 문제가 있음을 느낀다"며 "여러분과 저 사이에 소통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있으면 풀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강신호 전경련 회장, 손경식 상공회의소 회장 등 경제4단체장을 비롯해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벤처기업 CEO(최고경영자) 350여명을 대상으로 행한 '미래를 준비하는 사회, 멀리 보는 기업'이라는 제목의 특강에서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소통을 위해 직접 대면하고 뭔가 얘기를 해야 할 만큼 약간의 인식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대개 생각이 같다고 하더라도 정책이나 가치의 우선순위에서 약간의 견해가 다를 수 있다. 오늘 특강은 소통을 위해서 왔다"고 대화와 소통을 거듭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내가 힘들게 느끼는 것 중 하나는 내가 말하고 난 후 보도를 보면 내 말과 다르거나, 내가 중요하다고 말했던 말은 없고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지엽의 얘기나 양념 얘기들이 크게 나오고 해서 내 생각이 국민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답답함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특히 "동반성장과 사회 전체의 상생협력은 정부만으로는 안 되며, 우리 사회의 큰 몫을 차지하고, 경제를 주도하는 기업인들이 문제를 풀기 위해 마음을 모아야 한다"며 "그렇게 된다면 훨씬 효율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 처분 때 고위 인사 수준 부정 없을 것"

노 대통령은 최근의 외환은행 매각 논란에 관해서 "외환은행 처분에 대해서 의심을 받고 있지만 고위인사들 수준에서 부정한 일을 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 초반 경제위기 요인들을 거론하면서 "다행히 우리 경제팀이 열심히 잘 해줘서 넘겼다"고 밝히고 이같이 말했다.

◇"수년간 심각한 경제위기 겪지 않을 것"

노 대통령은 "우리 경제는 적어도 특별히 실수하지 않으면 앞으로 수년간, 과거 98년이나 2002년, 2003년에 겪은 심각한 위기를 다시는 겪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경제가 회복된다고 하니까 저도 그렇게 믿고 있고, 조금 자신있게 말하면 확신을 갖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3년간 우리 국민들이 정말 경제적 어려움을 참아주셨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경기회복 위한 모든 정책을 동원했으나, 무리수는 쓰지 않았다"며 "정석대로 했기 때문에 새로운 위기를 만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앞으로 경쟁력이 지속되도록 하기 위해 성장 잠재력을 확충해야한다는 주장이 많다"며 "이 점에 관해 정부는 이의가 없으며 착실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와 함께 "시장에서의 자율을 확대해달라는 얘기가 있지만, 시장에서 보면 힘센 기업, 힘센 주체의 자유가 확대될수록 약자에게 불공정할 수 있기 때문에 충돌 시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며 "중요한 것은 충분하고 정확한 정보를 근거로 경쟁하는 것이 시장이므로 정보가 비대칭하지 않고 시장을 투명하게 하는 것이 시장경제"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사회가 자유롭고 민주적일 때 창의가 꽃피고, 자유로운 경쟁이 이뤄지고, 이를 통해 가장 실력있는 사람들이 경쟁에서 승리하는 경쟁력 있는 사회가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결국 정치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업 개별 위반 적어지면 원천 규제 완화", "출총제 등 기업 필요 이상 부담은 사실"

노 대통령은 28일 기업지배구조, 출자총액제한 등 각종 기업 활동 규제에 대해 "투명성이 높아지고 개별행위 규제가 쉬워지고, 또 개별행위 위반사례가 적어지면 원천봉쇄 규제 부분은 완화시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기업규제 중에는 불공정거래 우려가 있으므로 아예 접근금지를 하는 원천봉쇄 규제와 불공정거래를 하지 말라고 개별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있다"고 전제한 뒤 "원칙적으로는 개별행위를 규제하고 단속하면 되지만, 조사기능도 부실하고 투명성도 부실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원천봉쇄 규제를 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개별행위를 뒤쫓아 가면서 하니까 사후약방문이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사후규제밖에 안된다"며 "그래서 출총제다, 금산분리다 이런 식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렇게 가다보니 기업들에 필요 이상의 부담을 주는 것이 사실이고, 때문에 기업들이 빨리 풀어달라고 아우성"이라며 "개별행위 등에 대한 규제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고 투명성이 없기 때문에 균형을 맞추면서 가자는 것이 이른바 '규제완화 로드맵'"이라고 말했다.

◇"세금 올려도 부자 더 내고 하위층은 혜택"

노 대통령은 "양극화 해소를 얘기하니까 언론이 '소득 5,6,7분위 사람들에게 세금을 더 내도록 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세금 인상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회에서 결정하는 것"이라며 "설사 세금을 올리더라도 소득 상위 10분위쪽에 해당되는 사람이 많이 내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세금은 돈 많은 사람들이 많이 내고, 세금 거둬서 복지에 지출하는데 소득을 10분위로 나눌 때 하위 1¤3분위 계층이 혜택을 많이 봤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런 세금구조를 알아야 하고 세금을 누가 어떻게 내는지를 파악해야 한다"며 "소득금액을 10분위로 나눠서 세액을 계산할 경우 상위 10%가 소득세의 78%를 내고, 9분위가 15%를 낸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정부는 세금을 더 안내고도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할 것"이라며 "군대, 국방력은 줄일 수 없겠지만, 경제사업에 쓰던 것을 복지사업에 돌려쓰고, 또 아껴 쓰고, 세무조사로 세원을 철저히 발굴하고 감면해주는 것도 줄이고 해서 최대한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세금을 안 올리는 방향으로 노력하면서 상반기까지 계산을 한번 내보겠다"며 "부끄러운 얘기이지만 지금까지, 지난 3년동안도 계산이 한번도 안돼 있었는데 계산이 복잡하기는 하지만 계산을 내놓도록 해보겠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큰 정부 얘기하는 것은 언어도단"

노 대통령은 이와 함께 "큰 정부, 작은 정부 얘기를 하는데 한국에서 큰 정부를 얘기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며 "머리를 깎아 삼청대 교육시키는 막강한 정부는 옛날에 있었지만 국민을 위한 서비스 분야의 큰 정부는 없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미래를 준비하는데 여러 가지 대책이 나오면 거기에는 정부가 할 일이 있고,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재정 확충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외국자본 문제는 시장원리 존중"

노 대통령은 외국자본에 의한 국부유출 논란과 관련해서는 "이를 면밀히 점검해서 결정적인 것이 아니면 원칙적으로 시장 원리를 존중해서 가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외국 자본이 우리나라 자본을 긴장하게 하고, 미꾸라지를 오래 살게 하는 메기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상어가 돼 다 잡아먹을 수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개인·기관투자자나 투자하는 사람들이 멀리 내다보는 투자를 하고, 그런 관점을 가진 국민 자본이 이런 주목받는 기업에 동원돼 개별 국민주, 말하자면 주식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국민들이 주식시장에 나오고 기금들도 나와서 (자본을) 형성하고, 단기 차익이 아니라 장기 전망을 보고 갈 때 주주 자본주의, 이해관계 자본주의, 외국자본 논쟁 필요 없이 실력으로 대응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사회적 합의를 하려는 노력 없이 문제만 제기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적극 투자하는 환경을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기업 민영화 속도 조절해나갈 것"

공기업 민영화에 따른 후유증과 관련해 노 대통령은 "민영화가 한때 정의, 선의였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KT&G(경영권 분쟁) 등을 보면 다 선의일 수 없고, 외국자본의 행태가 어느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느냐에 따라 민영화도 속도를 조절해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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