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청와대) 지시사항이다… 매일 댓글을 달라”

  • 입력 2006년 4월 6일 03시 00분


정부가 ‘국정브리핑’에 올린 언론 보도에 대해 각 부처가 ‘댓글’을 달도록 독려하면서 그 실적을 부처 평가에 반영키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5일 여러 명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국정홍보처는 2월 10일과 3월 30일 모든 부처에 공문을 보내 “국정브리핑의 언론보도종합 댓글 작성 현황을 매일 오전, 오후 2회 점검해 댓글 실적을 부처 평가에 반영할 예정”이라며 “이는 대통령 지시 사항”이라고 전달했다.

국정홍보처는 댓글의 형식, 적절한 표현, 모범 사례 등이 담긴 별첨 자료도 보냈다.

이에 따라 한 경제 부처는 5일 부내 통신망을 통해 “BH(Blue House·청와대를 일컫는 관가의 속칭) 지시 사항”이라면서 “다음 주부터 댓글 실적이 부처 평가에 반영되는 만큼 각 실, 본부는 매일 국정브리핑의 내용을 확인해 당일 댓글을 달아 달라”고 직원들에게 주문했다.

국정홍보처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인 ‘국정브리핑’은 매일 정부 정책과 관련한 각 언론사의 톱뉴스 등 주요 기사를 요약해 ‘언론보도종합’ 코너에 싣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공무원은 “격무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매일 국정브리핑을 체크해 댓글을 달라니 어이가 없다”면서 “위에서 내린 지시니 안 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부처는 아예 ‘댓글 달기 전담 직원’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 부처 관계자는 “언론보도 내용에 댓글을 달려면 상당한 글 솜씨가 필요하고 핵심 인력들이 시간을 내기도 어려운 만큼 특정 직원에게 전담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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