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남한 가족들의 고통을 생각해서라도 더는 미룰 일이 아니다. 경제지원과 연계하는 것도 한 방법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과거 서독도 경제적 대가를 지불하고 동독의 정치범들을 데려 왔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남북관계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이 문제를 꺼내는 것조차 주저하더니 이제 와서 북에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해서라도 데려오겠다고 하니 혼란스럽다. 좀 더 일찍이 경제지원과 연계했어야 했다. 북은 지난주에도 비료 30만 t을 보내달라고 요구해 왔지만 해마다 식량, 비료 다 주면서도 왜 말 한마디 못했는가.
이처럼 중요한 제안을 꼭 이 시점에 내놓아야 했는지도 이해하기 어렵다. 미국은 대북 금융제재로 북을 압박하고 있고, 일본은 피랍 일본인 문제로 반북(反北)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 고조돼 있다. 명분이야 어떻든 한국의 ‘대북 SOC 지원 검토’가 미일 양국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걱정이다. 공조는 못할망정 엇박자로 가는 듯해서야 되겠는가.
북과 협상도 해 보기 전에 우리 측 카드를, 그것도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갈 ‘SOC 투자’ 카드까지 내보인 것도 경솔하기 짝이 없다.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가. 지난해에도 ‘대북 200만 kW 전력지원안’을 덜컥 내놓았다가 7개월 만에 이종석 통일부 장관 자신이 ‘불가(不可)’를 선언하고 겨우 빠져나온 일을 벌써 잊었는가.
이러니 누가 정부의 진정성을 믿고 제안의 성공에 기대를 걸겠는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장난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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