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이 아니라 돈 많고 힘 있는 인간에게 똑바로 하라.”
입후보 예정자에게 금품이나 향응을 받은 경우 50배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논란이 뜨겁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5·31지방선거 입후보 예정자에게 금품을 받은 33건을 적발해 539명에게 과태료 6억3000여만 원을 부과했다고 10일 밝혔다. 1인당 평균 116만8000원.
▽과태료 부과에 반발=전남 나주시 선관위는 7일 유권자에게 설 선물을 제공한 기초의원 입후보 예정자의 측근인 김모(39·여) 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김 씨는 현직 시의원이 운영하는 골재 채취업체의 상무이사. 유권자 289명에게는 모두 2억7455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1만9000원가량의 선물을 받고 평균 95만 원을 내게 된 주민들은 “이 회사가 사업 과정에서 폐를 끼친다는 이유로 10여 년 전부터 명절 선물을 했다”며 “이런 식으로 짜 맞춘다면 걸리지 않을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기부행위 주체에 후보자의 회사 임원까지 포함돼 명백한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경남 진해시 선관위는 오리고기를 얻어먹은 웅동2동 주포마을 부녀회원에 대한 과태료 부과를 10일째 미루고 있다.
음식값을 도의원 출마 예정자가 냈지만 일부 부녀회원은 “지난해 말 바뀐 새 부녀회장이 한턱내는 것으로 알았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시골 주민에게 1인당 100만 원이 넘는 과태료 부과는 지나치다는 여론도 영향을 미쳤다. 진해시 선관위 관계자는 “현행법상 부과하지 않을 수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의 제기와 경감=과태료를 부과 받은 사람은 20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법원은 ‘비송사건(非訟事件) 절차법’에 의해 과태료 재판을 진행한다.
경북 봉화군 농민 김모(45) 씨 등 3명은 1월 봉화군 선관위에서 ‘10만 원의 과태료를 내라’는 통보를 받았다. 지난해 10월 농협조합장 선거에 나온 후보에게서 주스를 얻어 마셨다는 이유. 이들은 당시 후보와 함께 2000원짜리 주스를 1병씩 마시다 선관위에 적발됐다. 다른 2명은 과태료를 냈으나 김 씨는 “혼자가 아니라 나눠 마셨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법원은 “주스를 나눠 마셔 억울한 측면이 있다”며 “절반인 5만 원을 내라”고 판결했다.
대전지법 제1민사부는 지난해 7월 14일 국회의원 후보에게서 음식물을 제공받아 20만 원을 물기로 돼 있던 백모 씨 등 10명에 대한 공판에서 과태료 처분을 취소했다.
재판부는 “총선 출마 예정자를 위한 음식물 제공이라는 사실을 알 수 없었고, 현장에서 다른 출마 예정자도 명함을 돌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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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나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충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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