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이후부터는 테이프로 이어 붙인 ‘김 주석 지폐’를 절대 유통시킬 수 없다는 지시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100원짜리 지폐는 이번에 100원짜리 동전으로 바뀐다. 기자가 탈북하기 전인 2001년까지만 해도 100원짜리 지폐는 1998년에 발행된 500원짜리 지폐 다음으로 고액권이었다. 당시는 100원이면 쌀 2kg을 살 수 있었지만 요즘은 1800원 정도 한다. 그만큼 화폐 가치가 떨어졌다. 100원짜리를 지폐에서 동전으로 바꾸려는 이유가 충분히 짐작된다.
하지만 북한이 갑자기 훼손된 지폐 교환에 나선 배경은 잘 모르겠다. 김 주석의 초상이 들어간 지폐를 테이프로 이어 붙여 사용해 온 건 10여 년 전부터 있었는데….
혹시 동아일보 기사를 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는 지난달 이 칼럼난을 통해 ‘북한 100원 지폐의 기구한 운명’이란 글을 썼다. 기자는 그 글에서 신(神)과 같은 김 주석의 초상이 들어 있는 100원짜리 지폐에 테이프를 붙이는, 예전에는 감옥에 가고도 남을 상상 못할 ‘범죄’가 이제 주민 사이에서 당연지사가 되고 있다고 썼다.
북한 당국이 이 글을 보고 새삼 기분 나빴던 것은 아닐까.
북한이 남한 언론에 신경 쓴다는 증거는 많다. 최근 보도된 ‘화교 간첩 사건’이 한 예다. 북한은 매수한 화교 정모 씨를 통해 북한 관련 단행본, 영화, 방북 및 탈북자 수기 등을 구입했다. 안보나 군사 관련 자료는 거의 없고 대다수가 북한의 ‘로열패밀리’에 대한 남한의 시각을 담은 것이다.
자료 구입을 부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金正男)은 정 씨에게 “한국 잡지에서 나에 대한 기사를 봤다. 매사에 조심해야겠다”는 e메일도 보냈다고 한다.
동기야 어찌됐건 북한이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 외부의 시각에 신경 쓰고 행동에도 반영을 했으면 좋겠다.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알아야 변하더라도 제대로 변할 수 있을 테니까….
주성하 국제부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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