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룡, ‘돈과 공천은 무관?’=서울 서초구청장 후보 공천을 희망했던 한모 씨의 부인이 김 의원의 부인 김모 씨에게 올해 2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4억4000만 원을 갖다 줬다고 한다. 그러나 지역구가 서울 서초을인 김 의원은 “3월 27일 공천자 결정 때까지 돈 받은 것도 몰랐고 공천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큰아들 결혼식 때 한 씨가 축의금으로 5억 원을 들고 와 호통을 쳐 돌려보낸 뒤 가족에게 한 씨에게서 과자봉지 하나라도 받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고 한다. 김 의원의 부인은 의사다. 남편의 신신당부에도 불구하고 왜 돈을 받았는지, 남편에게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는지 등은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김 의원 측은 “한 씨가 금품 제공을 미끼로 공천 번복을 요구하다 김 의원이 거부하자 나중에는 서울시의원 비례대표 공천을 요구했지만 그것도 거절했다”면서 “돈을 가져가라고 연락을 취했는데 이리저리 피하며 애를 먹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 씨는 1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돈을 찾아가라는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며 “김 의원의 측근이 나중에 서울시의원 비례대표 2번을 제의해 왔다”고 다른 얘기를 했다.
▽박성범, ‘즉각 돌려줬다?’=박 의원은 1월 5일 환전상을 하는 장모 씨에게서 21만 달러(약 2억 원)와 1000만 원 다발이 든 케이크 상자를 받았으나 다음 날 즉각 장 씨를 불러 돌려보냈다고 했다. 장 씨는 현직 서울 중구청장이던 성낙합(成樂合·사망) 씨 부인의 인척으로 성 씨의 재공천을 위해 돈을 건넸던 것.
하지만 박 의원은 애초부터 성 씨를 공천할 생각이 없어 김모 전 구청장 영입까지 추진했다고 한다. 공천을 주지도 않을 사람 쪽의 돈을 받는 게 말이 되느냐는 항변이다.
성 씨가 3월 10일 심근경색으로 숨진 후 장 씨는 당 클린공천감찰단에 금품 제공 사실을 제보하고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아가 “박 의원이 ‘돈이 부족하다’고 해 3억 원을 더 준비했다”는 주장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장 씨 측의 음해”라고 반박하고 있다.
박 의원이 1월 장 씨에게서 받은 명품 가방과 모피 코트 등을 뒤늦게 당 클린공천감찰단에 맡긴 경위도 의문이다. 박 의원은 “장 씨의 집까지 찾아가 돌려주려 했으나 문도 열어 주지 않아 할 수 없이 공천 심사가 본격화되던 3월 초 감찰단에 갖다 줬다”고 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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