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지방선거 비례대표 특별당비’ 요구

  • 입력 2006년 4월 18일 03시 05분


광역 및 기초의회의 비례대표 후보공천 신청자들에게 특별당비를 내도록 요구해 논란을 빚고 있는 열린우리당 경기도당의 홈페이지에 실린 비례대표 후보자 신청공고(위)와 신청조건으로 ‘선거경비 부담금’ 명목의 특별당비를 내도록 한 안내문.
광역 및 기초의회의 비례대표 후보공천 신청자들에게 특별당비를 내도록 요구해 논란을 빚고 있는 열린우리당 경기도당의 홈페이지에 실린 비례대표 후보자 신청공고(위)와 신청조건으로 ‘선거경비 부담금’ 명목의 특별당비를 내도록 한 안내문.
“최고 1억4500만원… 공천헌금 아닌가”

광역·기초의원 비례대표 후보 등록 신청자에게 최고 1억4500만 원의 특별당비를 요구한 열린우리당 경기도당(위원장 김현미·金賢美 의원)의 행위는 법적 하자는 없다.

그러나 돈 없는 사람에게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돈 선거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민주당이 후보 공천을 조건으로 특별당비를 요구한 것도 문제다. 돈정치의 상징이었던 과거 ‘공천헌금’과 다를 것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관매직과 무엇이 다르냐”=열린우리당 경기도당이 비례대표 후보 등록 조건에 특별당비 항목을 넣자 당원 게시판에는 “억대의 돈이 없으면 후보등록도 못하는 정당이 무슨 서민정당이냐”, “한나라당을 매관매직당으로 부르는 열린우리당을 과연 국민은 뭐라고 부를까”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경기 고양시 기초의원비례대표 예비후보 김모씨는 “우리 지역에서 도 의원 비례대표로 출마하려면 1억4500만 원, 시의원 비례대표는 9100만 원을 내야 한다”며 “열린우리당 특별당비는 다른 당의 공천헌금과 맞먹는 엄청난 액수”라고 질타했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경기 시흥시에서 기초의원 비례대표에 출마하려 했던 2명의 후보자가 공천 신청 때 내야 할 6500만 원을 마련하지 못해 결국 출마를 포기했다”고 전했다.

당원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이광재(李光宰) 전략기획위원장은 17일 오전 “선거구 내 유권자에게 홍보물을 보내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특별당비를 받는 것인데 논란이 된 만큼 비례대표에 대해서는 특별당비도 받지 말고 홍보물도 발송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현미 경기도당위원장이 반발했다. 그는 이날 오후 정동영(鄭東泳) 의장 주재로 도당 선거대책 회의를 가진 자리에서 “돈이 없기 때문에 홍보물을 보내지 않는 게 책임 있는 정당의 태도냐”고 항의해 특별당비 모금 여부에 대한 결정을 유보시켰다.

▽지역구 입후보자들도 선납금 내라?=민주당은 2월 대표단 회의에서 지방선거를 치를 국고보조금이 19억 원에 불과함에 따라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지방선거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공천이 될 경우 돈을 내겠다는 ‘공천 특별당비’ 약정을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선 중앙당의 방침을 악용해 공천 대가로 거액을 챙기고 있다는 제보가 잇따라 접수됐다. 전남 J기초단체장 후보 공천자인 김모 씨의 경우 지역위원장으로 있으면서 도의원 예비후보자들에게서 수천만 원의 공천 대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 경기도당은 비례대표 후보뿐 아니라 지역구 출마자들에게서도 공천이 확정되면 특별당비를 걷을 방침이다. 다만 액수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천 장사 논란도 여전=한나라당 박성범(朴成範) 김덕룡(金德龍) 의원 부인의 공천 관련 거액 수수 사건에 이어 호남의 한 지역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소문이 떠돌아 정치권이 다시 긴장하고 있다.

인터넷에는 호남의 민주당 소속 한 현직 단체장 부인이 국회의원 부인에게 공천헌금으로 달러화가 든 라면상자를 건넸고 그 결과 결국 그 단체장이 재공천을 받았다는 글이 올랐다.

해당 의원은 “의혹 자체가 상식 밖의 것”이라고 했지만, 경선 탈락자들을 중심으로 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17일 “공천비리 근절을 위해 지방선거에서 공천심사위원 등에게 돈을 준 공천 희망자가 그 사실을 먼저 제보할 경우 정상을 참작해 처벌을 유예하는 일종의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도)’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공천비리 의혹과 관련한 자체조사 결과를 추가 발표하려 했으나 조사가 미진해 18일로 미뤘다. 한나라당의 추가 공천 비리는 원외 인사들이 관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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