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주중 한국대사관 측에 따르면 김 대사는 지난주 현대 측 초청을 받고 “선약이 있어 안 된다”고 회답했다. 그런데 주중대사관은 신봉길(申鳳吉) 경제공사도 지방 출장 때문에 참석하기 어렵다고 통보했다. 대사가 불가피한 사정으로 어려울 경우엔 신 공사가 대신해 경제 행사에 참석해 왔다.
대사는 물론 경제공사마저 불참을 통보하자 현대 측은 매우 난감해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산 30만 대 규모의 현대자동차공장 기공식에 현지 대사가 불참한 사례가 없는 데다 중국 측에서는 왕치산(王岐山) 베이징 시장을 비롯해 고위 인사 20∼30명이 참석할 예정이었기 때문.
지난해 현대차의 미국 앨라배마 주 공장 준공식과 2004년 슬로바키아의 자동차 공장 기공식에는 현지 대사가 모두 참석했다.
김 대사의 번복 해프닝에 대해 권력의 칼날이 겨눠진 회사의 행사라는 점을 고려한 ‘권력 핵심 눈치 보기’라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지적이다. 행사 비중이나 관례로 보아 대사가 참석하는 게 당연한데도 공사조차 보내지 않기로 한 것은 한마디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
대사관측은 김 대사의 불참 결정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행사 하루 전날인 17일 다시 참석을 통보했다.
주중대사관은 “현대 측이 지난주 초청 의사를 전달해 왔는데 중국 주요 인사와의 약속이 2, 3주 전에 잡혀 불참을 통보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사관은 또 “당초 약속이 중국 전역에 미치는 주요 행사인데 하루 전에야 날짜를 바꾸느라 2시간이나 걸렸다”며 현대 측의 행사 진행이 미숙함을 지적했다.
그러나 현대 측은 “검찰 수사로 기공식 진행 여부가 확정되지 않아 초청장 전달이 늦어졌던 것”이라며 “행사 예정 사실은 지난달 말 대사관에 알렸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김대중(金大中)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의전비서관을 맡았으며 2001년 10월부터 주중 대사로 재직하고 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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