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17일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 등과 관련된 ‘어설픈 폭로’에 따른 역풍(逆風)을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날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동영 의장 등은 대체로 이 시장의 ‘별장 파티’ 등 전날 폭로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한 채 한나라당의 공천 비리 의혹에 대한 일반적인 문제 제기만 했다.
‘경악할 사안’ 폭로를 예고했던 김한길 원내대표는 “제 표현 때문에 결과적으로 무슨 예고를 한 것처럼 비친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에둘러 사과했다. 그러나 그는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다. 처음 얘기를 듣고 충격적 내용이라고 생각했고 며칠 확인한 뒤에 확실한 부분만 밝히는 게 좋겠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안민석(安敏錫) 의원 등 폭로를 주도했던 이들은 “이 시장이 선병석 전 서울테니스협회장과 별장 파티를 즐겼는데도 애초 그의 이름도 잘 모른다고 했던 것은 명백한 거짓말”이라며 슬그머니 공세의 초점을 돌렸다. 전날 이들은 ‘여성도 함께한 별장 파티’를 강조했다.
당내에서는 “쓸데없는 자충수를 뒀다”는 뒷공론이 많았다. 한 핵심 당직자는 “여당이 예전처럼 정보기관의 도움을 받는 게 아니라 개인 인맥의 ‘전언’에 의존하다 보니 무리수가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한나라당 “3류 저질 코미디”
“허위폭로자 실형” 정치공작금지법 추진
한나라당은 17일 이명박 서울시장 등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의혹 제기를 ‘허위날조 공작정치’로 규정하고 폭로공작금지 법안을 추진하기로 하는 등 반격에 나섰다.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이날 시도당 위원장 및 공천심사위원 연석회의에서 “여당이 연일 ‘경악할 만한 주요 인사 비리가 있다’며 정치공세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방호(李方鎬) 정책위의장은 “3류 저질 코미디 폭로를 일삼는 여당은 ‘흑색선전 전문당’임이 드러났다”며 “당력을 집중해 증거제출을 요구하고 흑백을 가리겠다”고 강조했다.
이재오(李在五) 원내대표는 “선거철에 무분별한 폭로전을 막기 위해 ‘정치공작금지’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곧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선거를 앞두고 특정 내용을 폭로한 자가 72시간 이내에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민주당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열린우리당의 폭로 내용은 ‘경악할 만한 비리’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저질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측은 “김한길 원내대표의 폭로 추태로 한나라당은 전화위복의 기회를 잡았다. 김한길의 ‘한길’이라는 이름이 ‘한나라당을 살리는 길’이라는 뜻이 될 판”이라고 지적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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