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一戰앞둔 장수같았다”…靑회동 분위기

  • 입력 2006년 4월 19일 03시 02분


해경 제주앞바다서 위기상황 대비 훈련전남 목포지방해양경찰본부는 18일 제주 북제주군 추자도 인근 해역에서 목포해양경찰본부 창설 이후 처음으로 위기상황 발생에 대비해 훈련을 실시했다. 이 훈련에는 전남 목포, 제주, 전남 여수, 완도 해양경찰서에 배치된 헬기 4대와 경비정 13척이 참가해 실제 상황을 방불케 했다. 목포=연합뉴스
해경 제주앞바다서 위기상황 대비 훈련
전남 목포지방해양경찰본부는 18일 제주 북제주군 추자도 인근 해역에서 목포해양경찰본부 창설 이후 처음으로 위기상황 발생에 대비해 훈련을 실시했다. 이 훈련에는 전남 목포, 제주, 전남 여수, 완도 해양경찰서에 배치된 헬기 4대와 경비정 13척이 참가해 실제 상황을 방불케 했다. 목포=연합뉴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8일 일본의 독도 인근 한국 측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의 수로측량 계획과 관련해 “국방 당국자에게 물리적인 실력행사를 하면 해낼 수 있겠느냐고 물었더니 ‘명령만 내리시면 임무를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 반부터 2시간여 동안 진행된 여야 4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회동에서 결연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참석자들도 이구동성으로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이날 회동에 한나라당은 불참했다.

▽“조용한 외교 하는 동안 일본이 공격”=이날 독도 문제를 언급하는 노 대통령의 모습은 ‘기분 같아서는 확 해버리고 싶다’는 식이었다고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원내대표가 전했다. 국민중심당 정진석(鄭鎭碩) 원내대표는 “일전을 앞둔 장수가 완전군장을 꾸리는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러·일전쟁 때 점령한 독도를 다시 내놓으라는 것 아니냐. 단호하게 대처해야 되고, 일본이 전략적 야욕을 드러내는 것이다. 동북아 평화를 깨는 것이다”는 말도 했다.

또 “일본이 중앙정부의 묵인 또는 동조 아래 ‘다케시마의 날’을 선포하고 교과서에 등재하는 행위 등으로 공세적으로 도발하고 있다”며 “우리가 조용한 외교를 수년간 해 오는 동안 일본은 공격적으로 상황을 변경하고 있다”고도 했다.

정 원내대표는 “노 대통령이 이런 강경기조가 외부에 알려졌으면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공식적으로 언급할 경우의 외교적 파장을 최소화하면서도 정치인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를 대내외에 알리려는 의도가 있는 듯하다는 얘기다.

실제 이날 참석자들이 전한 노 대통령의 언급은 청와대 측이 정제해서 내놓은 공식 브리핑에 비해 강했다.

노 대통령은 “가장 좋은 방법은 일본이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하도록 최선을 다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일본이 현명치 못하고 합당치 못하고 불법적인,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할 때는 방지하는 실효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은 동시에 “독일이 오데르나이세 선을 국경선으로 인정함으로써 폴란드와의 화해와 함께 유럽 평화를 가져왔다”며 일본의 대승적 결단을 우회적으로 촉구하기도 했다.

참석자들이 또한 여야 가릴 것 없이 일본의 도발 책동에 대한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자 노 대통령은 “이 모임에 일본 측이 와서 관찰했더라면 생각을 달리 먹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고무된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날 회동 중간에 노 대통령은 옆 자리에 앉은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에게서 담배를 두 개비 빌려 연거푸 피우기도 했다. “이번 사태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놓고 고민하느라 밤새 한잠도 못 잤다”는 말도 했다.

▽‘실효적 조치’의 의미는=노 대통령이 일본 선박이 한국의 EEZ로 들어오려 할 경우 취할 수밖에 없다고 한 ‘실효적 조치’란 국내법에 규정된 정선, 검색, 나포를 포함하는 실력행사로 해석된다.

정부는 한국 EEZ 내에서의 수로측량을 못하게 하려는 외교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 측이 이를 강행하면 엄정히 대처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 이 경우 그간의 ‘조용한 외교’ 원칙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될 것이다. 실력행사와 조용한 외교가 양립하기는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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