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빈(高景彬) 통일부 개성공단 사업지원단장과 김동근(金東根) 개성공단관리위원장은 이날 구체적 숫자를 제시했다. 김 단장은 "임금은 1인당 주 48시간 근무 기준으로 월 57.5달러로 남북간 계약이 됐지만, 실제 근무시간이 55시간으로 늘어나면서 추가수당이 지급돼 평균 60달러가 북한에 지급됐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이 가운데 30%인 20달러 안팎의 금액을 '사회보장비' 명목으로 떼어갔다. 교육 주택 의료가 무상인 북한사정을 감안할 때 당국의 몫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며, 중국 베트남의 투자기업도 이런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 고 단장과 김 위원장의 설명.
실제 근로자의 손에 쥐어지는 돈은 40달러 선. 이 금액은 북한 돈 약 6000원으로 환산돼 지급됐다. 정부책정 환율인 1달러=150원이 적용된 것이다.
위성락(魏聖洛) 주미 한국대사관 정무공사는 세미나가 끝난 뒤 "개성공단 근로자가 이용하는 개성시내 백화점의 가격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 만큼 근로자의 구매력은 다른 곳보다 높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6000원 정도면 북한 내 다른 노동자보다 다소 많은 편"이라고 추가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이 제기한 착취논란은 정부책정 환율 대신 1달러=3000원 정도인 '시장 환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에서 출발한다. 이 경우 북한 노동자가 받는 6000원은 불과 2달러에 불과하다. 60달러를 받아간 북한 당국이 겨우 2달러만 지급하면 착취로 부를 만하다는 것이다.
위 공사는 "북한에선 공식적으로 임금의 달러 지급이 불법이고, 개성에는 암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아 시장 환율을 적용할 방법이 없다"며 "개성지역에서 북한 당국이 지불하는 임금을 암시장 환율로 환산해야 한다는 일부 워싱턴 인사의 논리는 '산술적 장난'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고 단장과 김 위원장의 설명에 대한 워싱턴 전문가의 견해는 여러 갈래였다. 한 민간전문가는 "좋은 설명기회였다"고 평가했지만, 미 의회조사국의 마크 매닌 연구원은 "북한 노동자가 실제로 얼마를 받는지 확인했다고 말하기엔 미흡했다"고 말했다. 미 정부당국자는 세미나 직후 "설명을 잘 들었지만, 100% 수용하기엔 아직…"이라고 말을 흐렸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