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EEZ 충돌 위기]상황별 시나리오

  • 입력 2006년 4월 20일 03시 06분


사진 제공 경북지방경찰청
사진 제공 경북지방경찰청
19일 일본 돗토리(鳥取) 현 사카이(境) 항에서 출항한 일본 수로측량선 2척은 해상보안청 해양정보부 소속 메이요(明洋)호와 가이요(海洋)호. 한국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두 측량선의 최고 속력은 15노트(시속 약 30km) 수준이다.

사카이 항에서 한국 측 배타적 경제수역(EEZ)까지는 87마일(약 161km)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측량선이 최고 속력으로 항해할 경우 5시간 4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독도까지 거리는 125마일(약 233km). 약 8시간 20분 정도 걸릴 것으로 해경은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동해 먼바다의 파고가 3∼4m에 이르고 바람(초속 12∼14m)도 강해 두 측량선은 최대 속력으로 항해하기 불가능한 상황이다. 곧바로 독도 쪽으로 항해하더라도 2, 3시간은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 해도 약 8시간이면 사카이 항에서 한국 EEZ까지 도달하는 것이 가능해 한일 간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 측량선의 항로에 따른 상황별 시나리오를 점검해 본다.

▽측량선 회항=정부의 제1목표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강경 발언을 쏟아 내고 정부가 나포 등 실력 행사를 불사하겠다고 공언하는 것도 일차적으로 일본의 측량 계획 철회를 유도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일본에서도 나종일(羅鍾一) 주일 한국대사가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외무성 차관을 만나는 등 한일 간에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막후교섭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측량선이 출항한 이상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은 채 곧바로 되돌아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가가 우세한 편이다. 측량선 출항 자체가 일본 정부 최고위층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분석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EEZ 접근 시도 후 회항=일단 일본 측이 측량선을 한국 측 EEZ에 접근시킬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일본 정부도 국내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의식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이 이번 사태의 배후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가 한국 해경이 물리적으로 막아서는 선을 넘으면서까지 측량을 밀어붙일 것이냐에 대해선 부정적인 전망이 많다. 한일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어 양국 정부 모두 운신의 폭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본 측량선이 독도 근해에 도착하더라도 결국은 한국 측 EEZ 내로 들어오지 않고 한국 해경과 대치만 하다 결국 물러나거나, 이런 대치 국면을 반복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 측량선이 한국 측 EEZ를 침범하지는 않지만 독도 근해에 다가오기만 해도 한국 측은 수십 척의 경비정을 동원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할 수밖에 없다.

배 한 척으로 수십 척의 한국 경비함을 동원하는 것만으로도 일본 정부로서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수로 측량이라는 당초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독도와 주변 수역이 국제적 분쟁지역이라는 점을 대내외에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리적 충돌=일본 측량선이 독도 근해의 한국 EEZ에 진입하면 한국 경비정은 접근 금지 경고방송을 시작으로 단계별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

정선(停船) 명령을 내린 다음 일본 측량선이 불응하면 △선박과 선박의 충돌을 통한 밀어내기 △특공대 파견을 통한 정선 조치 △강제적인 검색 나포 등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해경은 동해상에서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한 훈련을 실시해 왔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간다면 한일 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다. 양국 해경 경비함이 대치하거나 양국 해군력이 물리적 충돌 현장의 배후에 포진하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준(準)비상사태까지 갈 수도 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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