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샐러리맨 부각… “3만달러시대 열것”
사재 100억 출연 놓고 사전선거운동 논란
“일본을 여러 번 이긴 경험을 경기도 발전에 쏟겠습니다. 삼성전자에선 16메가 D램 반도체 개발이 일본보다 빨랐고, 디지털 가전부문 사장일 때는 매출에서 ‘소니’를 앞섰습니다.”
진대제 열린우리당 경기지사 후보는 21일 기자와 만나 ‘극일(克日)론’을 폈다. 최근 독도를 둘러싼 한일 대치 상황과 이에 따라 고조된 반일 정서를 감안한 ‘마케팅’이라는 게 진 후보 측의 설명이다. 기존의 ‘3만 달러 경기도’ ‘반도체 정치’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다소 공허하게 비쳤다는 게 자체 분석이기도 하다.
진 후보는 최근 공직에서 은퇴하면 사재 100억 원을 사회에 출연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분야 학교를 설립해 직접 학생들을 가르칠 계획이라고 한다.
시점도 불분명한 미래의 일을 선거전에서 말하는 것 자체가 선심성 사전 선거운동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나라당 이계진(李季振) 대변인은 “이름 알리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진 후보가 선거를 겨냥해 사전 기부약속 행위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 후보 측은 다음 주부터는 한나라당 소속 손학규(孫鶴圭) 현 지사에 대해 공세를 시작할 계획이다. 손 지사가, 경기도가 부담해야 할 학교용지분담금 8000억 원을 교육 당국에 기한 내 납부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차기 후보가 이를 떠맡게 됐다는 것을 문제 삼겠다고 한다. 진 후보 측 선거 전략이 ‘개인 브랜드 내세우기’에서 상대방 공격을 통해 반사이익을 챙기는 전통적 열린우리당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타워팰리스 2채를 비롯해 5채의 아파트를 갖고 있는 진 후보는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연봉과 퇴직금이 많다. 샐러리맨이 꿈을 이뤘다는 시각에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떳떳하다’면서도 그는 타워팰리스 101평형짜리 아파트 전용면적을 별도 계산해 ‘74평’이라고 소개하는 등 서민층을 의식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수도권정비발전법을 폐지하고 경기도의 각종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는 게 그의 대표 공약이지만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 측은 “지난해부터 공석에서 수차례 정책 발표한 것을 진 후보가 저작권도 밝히지 않은 채 그대로 전재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진 후보는 “좋은 정책이면 과감히 받아 쓰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그는 중학교 동창인 김 후보에 대해 “재학시절 적당한 추억을 공유한 사이다. 요즘도 지역에서 가끔 마주치는데 ‘선거 끝나면 소주나 한 잔 하자’는 말을 주고받는다”고 말했다.
진 후보는 경기대와 아주대 일부 등을 합쳐 ‘경기 도립대’를 설립하겠다는 정책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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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노무현 정권 심판’ 내세워 서민층 공략
노동운동가 출신… 행정경험 없어 약점
“10년 이상 경기도 바닥을 기면서 일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이곳에 몸 바쳐 멸사봉공(滅私奉公)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일 잘하는 서민의 지도자가 되겠습니다.”
경기지사 후보에 당선됐다는 선언과 함께 단상에 오른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는 넙죽 큰절을 했다. 그는 “경기지사는 벼슬이 아니라 도민들의 머슴”이라고 했다.
‘서민후보’는 정권 심판론과 함께 김 후보가 내세우는 주요 선거전략. 그의 홈페이지에는 봉투를 접는 노인들이나 청소부, 새벽시장의 노점상 아줌마 같은 이들과 대화하는 사진이 많다. 그는 “서민과 함께 있는 모습이 가장 자연스러운 국회의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툭 튀어나온 광대뼈에 삐쩍 마른 몸매에…. 잘생긴 구석이라고는 없지만 그래서 더 서민적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정책 공약은 수도권 개발에 관한 내용이 많다. 그는 “규제 완화를 통한 경기도 개발과 일자리 창출에 주력할 것”이라며 “이는 수도권 규제강화 기조를 유지하는 여당의 전략과 가장 차별화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수도권정비법 폐지안과 ‘수도권의 계획적 관리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팔당 상수원 보호구역에 있는 7개 시군에 대한 중복규제 철폐도 주장해 왔다.
이런 공약이 실천될 경우 난개발과 오염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미개발 지역의 농가에서 배출하는 소나 돼지의 배설물은 인간이 만들어내는 오염물질의 수십 배에 이른다”고 반론을 편다. 차라리 계획적 개발을 통해 오염물질을 관리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김 후보는 노동운동과 민주화 투쟁을 통해 뼈가 굵은 재야운동가 출신이다. 그 과정에서 되풀이된 대학 제적과 복학, 감옥생활 때문에 대학 졸업장은 입학 후 25년이 지난 1994년에야 받았다. ‘위장취업 1세대’로 공장에 다닐 때는 환경기사와 열관리기능사 2급 등 무려 7개의 자격증을 땄다.
김 후보는 1996년 신한국당에 전격 입당해 경기 부천에서 15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내리 3선을 했다. 오랜 투쟁전력 때문에 당 지도부는 사립학교법 장외투쟁 등 대여 강경 공세가 필요한 시점에는 어김없이 그를 찾는다.
행정 경험이 없다는 점이 그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세계적인 대기업 최고경영자 출신을 후보로 내세운 열린우리당의 공격 포인트이기도 하다. 김 후보는 경쟁자인 열린우리당 진대제 후보에 대해 “가까운 친구를 넘어서 반도체 업계의 세계적 기술자이지만 경기도는 잘 모르지 않느냐”며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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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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