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최 씨가 조 총장을 만나기 전 호텔에서 제3의 인물을 만난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지만 경찰은 이 인물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증폭되는 의문=경찰은 조 총장에게 돈을 건넨 뒤 먼저 호텔을 빠져나가는 최 씨의 차량을 세우고 검문을 했다. 하지만 특별한 물증이 없자 5분여 만에 그대로 보냈다. 호텔에는 17명의 경찰이 곳곳에 잠복해 있었는데 아무도 최 씨를 미행하지 않은 점은 의문이다.
또 최 씨가 호텔을 빠져나가면서 조 총장에게 경찰의 수사 사실을 알리지 않은 점도 이해하기 힘들다.
최 씨가 조 총장에 앞서 호텔에서 만났다는 ‘제3의 인물’이 누구인지도 밝혀져야 할 부분.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수사2계 관계자는 23일 본보와 전화통화에서 최 씨가 제3의 인물을 만난 사실을 처음 밝혔다. 최 씨가 타고 간 승용차도 김제에서 서울로 올라올 때 타고 온 고향 후배 신모(51) 씨의 차가 아닌 이 인물 소유라는 것이다.
최 씨가 호텔에 도착한 시각은 20일 오후 7시 10분으로 조 총장을 만나기 전까지 1시간여 동안 이 인물과 함께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석연찮은 해명=경찰은 수사 단서가 누군가의 제보나 신고가 아닌 돈을 건네기 3, 4시간 전 경찰관이 입수한 ‘첩보’였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선거사범 신고 보상금이 최고 5억 원에 이르는데 제보자가 있다면 신분을 숨긴 채 가만히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여러 의문에 대해서는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최 씨가 호텔에 도착했을 때 직원 전용 출입문을 이용한 탓에 잠복 경찰은 그가 도착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호텔 로비에서 최 씨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돈 상자를 조 총장의 차에 옮긴 뒤여서 당시에는 아무런 물증이 없었다”고 말했다.
최 씨를 미행하거나 제3의 인물에 주목할 여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조 총장은 말 바꿔=단순 선물로 알았다는 조 총장은 이틀 만에 말을 바꿨다.
그는 22일 경찰의 추가조사에서 “최 씨에게 받은 돈은 특별당비”라고 주장했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특별당비일 경우 연말까지 영수증 처리를 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특별당비를 ‘마약 자금’을 건네듯 호텔에서 저녁에 은밀히 전하겠느냐”고 말했다.
경찰은 조 총장에 대해 22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영장실질심사는 24일 오전 10시 반에 열린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최낙도 前의원 제명▼
민주당 전북도당은 김제시장 후보 공천 대가로 조재환 중앙당 사무총장에게 현금 4억 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최낙도 전 의원의 예비후보 자격을 박탈하고 제명 처리했다고 23일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날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의혹을 제기하며 ‘여권의 민주당 죽이기’ 주장을 폈다. 유종필(柳鍾珌) 대변인은 “경찰이 돈을 준 최 전 의원을 현장에서 연행하지 않고 돌려보낸 점이나 민주당 열세 지역인 김제시장 자리가 4억 원이나 낼 값어치가 있는지 등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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