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집게 검거’ 숨은 제보자 있나

  • 입력 2006년 4월 24일 03시 01분


민주당 조재환(趙在煥·57) 사무총장이 전북 김제시장 선거에 출마하려던 최낙도(崔洛道·68) 전 의원에게 현금 4억 원을 건네받다 현장에서 붙잡힌 사건은 여러모로 궁금증을 자아낸다. 경찰은 사전에 이들이 만나는 날짜와 장소는 물론 전달될 돈의 액수까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과연 경찰은 이런 ‘고급 정보’를 어디서 얻은 것일까.

또 최 씨가 조 총장을 만나기 전 호텔에서 제3의 인물을 만난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지만 경찰은 이 인물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증폭되는 의문=경찰은 조 총장에게 돈을 건넨 뒤 먼저 호텔을 빠져나가는 최 씨의 차량을 세우고 검문을 했다. 하지만 특별한 물증이 없자 5분여 만에 그대로 보냈다. 호텔에는 17명의 경찰이 곳곳에 잠복해 있었는데 아무도 최 씨를 미행하지 않은 점은 의문이다.

또 최 씨가 호텔을 빠져나가면서 조 총장에게 경찰의 수사 사실을 알리지 않은 점도 이해하기 힘들다.

최 씨가 조 총장에 앞서 호텔에서 만났다는 ‘제3의 인물’이 누구인지도 밝혀져야 할 부분.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수사2계 관계자는 23일 본보와 전화통화에서 최 씨가 제3의 인물을 만난 사실을 처음 밝혔다. 최 씨가 타고 간 승용차도 김제에서 서울로 올라올 때 타고 온 고향 후배 신모(51) 씨의 차가 아닌 이 인물 소유라는 것이다.

최 씨가 호텔에 도착한 시각은 20일 오후 7시 10분으로 조 총장을 만나기 전까지 1시간여 동안 이 인물과 함께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석연찮은 해명=경찰은 수사 단서가 누군가의 제보나 신고가 아닌 돈을 건네기 3, 4시간 전 경찰관이 입수한 ‘첩보’였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선거사범 신고 보상금이 최고 5억 원에 이르는데 제보자가 있다면 신분을 숨긴 채 가만히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여러 의문에 대해서는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최 씨가 호텔에 도착했을 때 직원 전용 출입문을 이용한 탓에 잠복 경찰은 그가 도착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호텔 로비에서 최 씨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돈 상자를 조 총장의 차에 옮긴 뒤여서 당시에는 아무런 물증이 없었다”고 말했다.

최 씨를 미행하거나 제3의 인물에 주목할 여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조 총장은 말 바꿔=단순 선물로 알았다는 조 총장은 이틀 만에 말을 바꿨다.

그는 22일 경찰의 추가조사에서 “최 씨에게 받은 돈은 특별당비”라고 주장했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특별당비일 경우 연말까지 영수증 처리를 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특별당비를 ‘마약 자금’을 건네듯 호텔에서 저녁에 은밀히 전하겠느냐”고 말했다.

경찰은 조 총장에 대해 22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영장실질심사는 24일 오전 10시 반에 열린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최낙도 前의원 제명▼

민주당 전북도당은 김제시장 후보 공천 대가로 조재환 중앙당 사무총장에게 현금 4억 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최낙도 전 의원의 예비후보 자격을 박탈하고 제명 처리했다고 23일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날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의혹을 제기하며 ‘여권의 민주당 죽이기’ 주장을 폈다. 유종필(柳鍾珌) 대변인은 “경찰이 돈을 준 최 전 의원을 현장에서 연행하지 않고 돌려보낸 점이나 민주당 열세 지역인 김제시장 자리가 4억 원이나 낼 값어치가 있는지 등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