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상임위’ 법사委 구인난

  • 입력 2006년 4월 27일 03시 03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의원들에게 외면당하는 ‘천덕꾸러기’ 신세에 놓였다. 여야 정당이 17대 국회의원 임기의 절반을 넘기는 5월 말 의원들의 소속 상임위원회를 재조정하기 위해 희망 상임위 신청을 받은 결과 열린우리당에서는 법사위를 지망한 의원이 제2 지망까지 합쳐도 전무했다. 한나라당은 향후 법사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있는 검사장 출신의 최병국(崔炳國) 의원만 법사위 지망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안상수(安商守·한나라당) 법사위원장은 최근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에게 법사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안 위원장은 “이대로 가다가는 나 혼자 법사위 회의를 진행할 판”이라며 “신청자가 없어 강제 차출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의원들이 법사위를 기피하는 이유는 고유 업무 외에 각 상임위에서 들어오는 모든 법안의 자구(字句)와 체계 심사를 해야 하는 까다로운 업무 때문. 그렇다고 지역구 개발 사업 추진 등에서 생색을 낼 수 있는 건설교통위처럼 ‘당근’이 있는 것도 아니다. 비정규직 법안 등 쟁점법안 처리 과정에서는 회의실이 점거당하거나 몸싸움이 벌어지기 일쑤다.

국회의원이 직무와 관련한 상임위를 맡을 수 없도록 규정한 국회법 개정안이 6월부터 시행되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변호사 활동을 하는 율사 출신들은 변호사를 휴업하지 않고는 사실상 법사위에 갈 수 없게 된 것.

이 규정이 엄격하게 적용되면 법사위에서 변호사 출신 의원들을 보기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향후 로스쿨 문제와 사법개혁안 처리 과정에서 법조계의 입장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반영될 수 있는 등 파장이 예상된다.

또 국회에서 처리되는 모든 법안에 대해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는 법사위가 부실해지면 법안 자체가 부실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여야 지도부는 이런 상황을 인식해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는 “법사위처럼 중요한 곳에 최소한 율사 출신이 절반은 있어야 제대로 활동이 이뤄진다”며 “법사위원들에게 예결위 활동을 병행하도록 하는 인센티브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직무 관련 상임위 활동 금지 규정을 일부 완화해 변호사 활동을 하는 의원도 법사위에 배정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고 법사위원들에게는 수당이나 국회 활동에서의 특혜 등 인센티브를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법사위 박기준(朴基俊) 전문위원은 “변호사 사무실을 열고 있더라도 무료상담이나 법률고문 등만 맡는 방법으로 법조인 출신 의원들의 법사위 활동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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