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전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정당에 대한 지지보다는 새로운 정치를 기대하는 부동층이 있기 때문에 (오 후보에게 지지율이 쏠린 것인데) 오 후보가 그것을 감당해 내고 끝까지 가지고 갈 수 있을지는 조금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오 후보와의 지지도 차이가 2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나는 등 갈수록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에는 “지금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만 갖고는 앞으로의 선거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5월에 역전이 가능하다”고 했다. 후보 개인의 능력과 리더십, 강남북 정책에서 자신이 앞서기 때문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강 전 장관의 앞에 놓인 현실은 그렇게 호언할 만큼 녹록한 상황이 아니다. 한때 반짝했던 ‘강풍(康風)’은 오 후보가 한나라당 경선 출마를 선언하면서부터 지속적으로 잦아들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거의 미풍 수준에 이르렀다. 더구나 오 후보는 ‘탈(脫)정치’, ‘참신성’ 면에서 강 전 장관과 이미지가 너무나 겹친다.
오 후보에 대해 차별화된 전략으로 반전의 기틀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강 전 장관의 선거대책본부장인 김영춘(金榮春) 의원은 “무엇부터 각을 세워야 할지…”라고 고민을 토로했다. 강 전 장관은 일단 뉴타운과 용산플랜을 구체화하는 등 정책 대결에 무게의 중심을 둔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역대 서울시장 선거를 보면 유권자들은 인물에 대한 평가나 정책의 우위에 따라 투표하기보다는 지지 정당에 따라 투표하는 성향을 보였다.
이런 와중에 강 전 장관은 ‘열린우리당의 인기 없음’을 탓하고, 열린우리당 측은 강 전 장관의 ‘독선’에 대한 불만을 말하는 등 내부적으로 자중지란의 분위기도 감지된다.
강 전 장관은 26일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지지도 하락 원인에 대해 “경제 활성화와 진정한 개혁을 열망하는 30, 40대 부동층에 대해 열린우리당이 확실하고 분명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으로 (표가) 집중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은 캠프 전략회의 때에도 “열린우리당은 지지도가 그렇게 낮으면서도 왜 반성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원망성 발언을 했다는 후문이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본인의 여론 지지율이 높을 때는 열린우리당이 아닌 시민 후보라고 하던 사람이 지지도가 떨어지니 당 핑계냐”며 답답해했다.
당 일각에선 궁여지책으로 ‘이계안(李啓安) 대안론’도 나온다. 기대했던 ‘강풍 효과’가 무산되고 있는 만큼 차라리 오 후보와 스타일이 전혀 다른,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이계안 의원을 대항마로 내세우자는 얘기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 오 후보의 당선은 (당이) 그냥 질 것이냐 아니면 비상한 결정을 할 것이냐 하는 것을 결심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며 강 전 장관을 서울시장 후보로 기정사실화하는 기존 분위기의 변화를 촉구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를 포함한 당내 다수는 여전히 “공들여 영입해 온 강 전 장관을 이제 와서 바꿀 수는 없다”는 기류다.
한 당직자는 “대안으로 거론되는 이 의원의 여론 지지율은 강 전 장관보다도 못한 것 아니냐. 대안론은 비현실적 아이디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