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우리 여성들 모독” 反韓 분노

  • 입력 2006년 4월 29일 03시 05분


한국 남성과 베트남 여성 간의 국제결혼 과정을 소개한 국내 모 일간지의 최근 기사가 양국 간 외교 마찰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발단은 이 일간지가 21일자 ‘베트남 처녀, 희망의 땅 코리아로’란 제목의 르포 기사에서 국제결혼을 위해 베트남을 찾아간 한국 남성이 한군데에 모인 베트남 여성들을 고르고 베트남 여성은 돈을 위해 한국 남성과의 결혼을 원하는 것처럼 묘사한 것.

베트남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28일 “기사 내용도 자극적이지만 예비신부 여러 명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않고 내보낸 데다 ‘한국 왕자님, 저희를 데려가 주세요’란 사진 설명이 현지 여론을 크게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국의 한 주간지 소속 베트남 통신원이 베트남어로 번역하여 25일자 현지 신문에 기고해 1면 머리기사로 게재됐다.

베트남 정부는 이후 현지 한국대사관을 통해 “일부의 국제결혼 사례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을 수 있으나 해당 기사는 전반적인 한-베트남 국제결혼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자극적으로 보도해 결과적으로 베트남 여성들을 비하했다”고 항의했다.

특히 베트남 여성연합회는 27일 긴급회의를 열고 “한국의 총리실과 여성부 등 정부기관은 물론 각 여성단체와 비정부기구(NGO) 등에 이 같은 인격모독적인 행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건의서를 발송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베트남의 주요 언론 홈페이지에는 한국인을 비난하는 글이 수없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 이에 따라 한-베트남 국제결혼이 벽에 부닥침은 물론 베트남인들의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도 매우 나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현지 한국대사관 측은 최근 해당 언론사와 기자에게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사과하는 것이 낫겠다”는 뜻을 전했고, 글을 쓴 기자는 한국대사관 측을 통해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

베트남 정부는 다음 달 3일 양국 정책협의차 한국을 방문하는 외교부 차관을 통해 한국 정부에 이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수습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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