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와 의회발전연구회 매니페스토 연구팀이 공동 개발한 공약 평가지표인 ‘파인(FINE)’을 이용해 실시한 이번 평가는 우선 두 후보에게서 제출받은 ‘중점 3대 공약’을 서면 평가 한 뒤 이를 토대로 후보별 심층 인터뷰를 통해 면접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지난달 28일 김 후보, 29일 진 후보 순으로 열린 심층 인터뷰는 서면 공약으로 파악하기 힘든 후보자의 정책 이해도, 전문가 집단의 의문 제기에 대한 반론 등을 평가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같은 다면적 매니페스토 평가는 국내에선 처음 도입된 것이다.
진 후보의 경우 보육 및 노인 복지시설 확충 등을 내세운 ‘따뜻한 경기도’ 정책이 실현성(Feasibility)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지역 주민의 요구를 잘 반영했다는 점에서 반응성(INteractiveness)도 높게 평가됐다.
김 후보의 경우 경기도 내의 상습 지체구간을 줄이겠다는 것 등을 담은 ‘사통팔달 경기도’ 정책이 반응성과 비용 대비 경제적 효과(효율성·Efficiency)가 좋은 것으로 평가됐다.
전체적으로 진 후보는 경기도 전체를 아우르는 ‘그랜드 디자인’ 공약 설계에 능하고 거시적 시스템 구축에 대한 이해가 강하지만 개별 정책에 대한 이해도는 다소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면 평가보다 인터뷰 평가 점수가 전체적으로 조금씩 낮았다.
김 후보는 서면 평가에서 재원 확보 방안이나 정치적 실현 방안이 덜 구체적이었으나 심층 인터뷰 결과 핵심 현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공약의 실현 방안을 설득력 있게 설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민주노동당 김용한(金容漢) 후보의 공약은 서면평가만을 실시했다. 김 후보는 복지 교육 분야 관련 서비스를 확충하겠다는 내용의 ‘공공서비스 확충’을 1순위 대표공약으로 제시했다. 휴전선 접경지역에 평화마을벨트 조성, 도세의 2% 이상을 교육 격차 해소 지원비로 사용 등을 각각 2, 3순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김 후보의 공약은 전체적으로 공약 실현을 위한 구체적 방안이 부족하고 효율성도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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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외국大 분교 추진’ 현행법상 설치 어려운데
陳 “특화 프로그램 유치로 해결”
진대제 열린우리당 후보가 1순위 대표 공약으로 내세운 ‘일자리 창출’은 사회적 일자리 60만 개, 기업 일자리 40만 개 등 100만 개를 새로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노인과 전업주부 등을 대상으로 ‘일자리 은행’을 만들어 보육 분야 등에서 시간제 일감을 주선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주민의 수요를 반영했는지를 따지는 반응성 항목에서는 70점대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일자리 ‘100만 개’를 도출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진 후보는 이에 대해 “손학규 현 지사가 100만 개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삼성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내가 그 정도를 못 만들겠나”라고 했지만 여전히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평가였다. 또 기업 일자리 40만 개 창출 정책은 수도권 집중 억제라는 중앙정부 정책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때문에 공약의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을 따지는 실현성 항목 평가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진 후보는 “월 100만 원의 소득을 보장할 순 없지만 이를테면 ‘도로변 전담 청소원’처럼 정규직 시장의 사각지대에 있는 직종을 많이 개발하겠다”는 설명도 했다. 100만 개 목표 중에는 불완전한 일자리도 꽤 있을 수 있다는 얘기여서 경제사회적 효과(효율성)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평가로 이어졌다.
진 후보는 보육시설 보급률 2배 확충 등 ‘따뜻한 경기도’ 정책 실현을 위한 예산 조달 방안에 대해 “보건복지부의 복지 예산이 연간 18조 원이나 된다. 여당 소속 지사라면 4년간 국비 지원 1500억 원을 받는 것은 무리가 없다”고 설득력 있게 설명했다.
교육선진화 정책의 내용으로 제시한 ‘외국대학 분교 추진’은 현행법상 어렵다는 점 때문에 실현성 부문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에 진 후보는 “법이 문제라면 우선은 어학 등의 분야에서 학위 과정에 버금가는 외국대학의 ‘특화 프로그램’을 유치하면 된다”고 말했다.
Q 수도권 정비법 없애면 他지역 반발 많을텐데
金 “이익금 일부 지방환수 검토”
김문수 한나라당 후보가 대표 공약 1호로 내세운 ‘경기야 날자꾸나’는 수도권발전정비계획법 폐지 및 대체입법이 주 내용이다. 수도권정비법이 중·대규모 산업체와 학교 신설 등을 규제하고 있어 ‘경기 발전의 결정적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인식하에 마련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김 후보가 제시한 대표공약 3개 중 가장 낮았다. 경기도지사의 역량 내에서 실현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었다.
집중 인터뷰에서 “대체입법은 국회 소관 사항인데 단체장이 국회를 움직일 수 있겠느냐” “지방의 반발은 어떻게 하려 하느냐”는 문제 제기가 쏟아졌다.
이에 김 후보는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한나라당이 다수당이 돼야 하고 정권 교체를 해야 한다”며 “경기도 개발의 이익을 환수해 지방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지방을 설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같은 당 소속인 손학규(孫鶴圭) 현 지사도 비판했다. 그는 “손 지사가 외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하지만 중국 등지로 떠난 공장이 더 많다. 근본적 규제 철폐 없는 외자 유치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부 공감을 표시하기도 했지만 이 공약의 실현성을 낮게 보기는 서면평가(실현성 점수 54점)나 면접평가(55.4)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도내 1시간 이동’을 실현하겠다는 ‘사통팔달 경기도’ 공약과 관련해 김 후보는 도내 500개 병목구간 지도를 내세우며 “신호체계만 바로잡거나 갓길 운행에서 약간의 융통성만 부여해도 지금보다는 훨씬 체증이 덜하다. 이는 지사 직권으로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도시와 구도심, 남부와 북부 사이에서 일어나는 ‘경기도 내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골고루 잘사는 경기도’ 공약은 비용 조달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 때문에 실현성 점수가 60점 이하로 낮게 나왔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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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사 후보 공약 평가에 참여한 전문가 명단
의회발전연구회 매니페스토 연구팀
박찬욱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팀장)
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간사)
이현출 국회도서관 입법정보연구관
곽진영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진수 동국대 경영대학장 경영대학원장
정광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경기지역 전문가
강명구 아주대 행정학과 교수
이훈영 경희대 경영대 교수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조현연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
김광윤 아주대 경영대 교수
이상수 인하대 경영학과 교수
오영균 수원대 행정학과 교수
이원희 한경대 행정학과 교수
이종렬 인천대 행정학과 교수
채원호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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