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의원들 어떻게 사나]재선에 올인…떨어진 몸값

  • 입력 2006년 5월 2일 03시 00분


▼“퇴임이후 준비해본 적 없다” 83%

낙선후에야 재테크 못한것 후회▼

잘나가던 13대 국회의원 김홍만(金洪萬·63) 씨. 그는 지금도 “내가 국회의원 시절 빠찡꼬를 근절시켰고 조직폭력배들을 아주 절단 냈다”고 자랑스럽게 회고한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은 14대 재선에 실패했고 15, 16대에도 재출마와 낙선을 반복했다. 이제 헌정회에서 주는 지원금 외에 수입은 없고 남은 재산도 없다. 현재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중하’ 수준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의원 시절의 자신을 ‘헛똑똑이’라고 했다. “재출마를 계속하면서 퇴임 이후나 재테크 같은 것에는 정말 신경을 못 썼다”며 한숨을 쉬었다.

국회를 떠난 이후의 삶을 진지하게 고민한 의원들은 많지 않다. 이번 조사 결과 ‘국회의원 재직시 퇴임 이후에 대한 (직업이나 재정 차원의) 준비를 했느냐’는 질문에 의원들의 83%에 이르는 263명이 ‘아니다’고 답변했다. ‘준비했다’는 답변은 6%(19명)에 불과했다.

퇴임 이후를 준비했다는 답변자 중에서도 12명은 변호사나 의사 등 국회의원 이전의 직업으로 복귀한 것이어서 ‘제2의 인생’을 개척한 사례는 드물다.

서울시립대 임성학(林成學) 교수는 “현역의원 교체율이 5% 안팎인 미국과 달리 물갈이 현상이 심한 한국 의원들이 재선에만 매달리는 것은 문제”라며 “퇴임 후 의정 경험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고, 연금 지급도 소득별로 차등을 두는 식으로 실효성 있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기초단체장 하향지원도 안통해

장관지낸 중진도 시의원에 고배▼

통상 국회의원은 기초단체장의 위상을 자신들보다 한 단계 아래로 간주한다. 하지만 전직 국회의원이 총선을 준비하기보다는 기초단체장으로 ‘하향 지원’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국회의원의 몸값이 낮아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선 중앙정부의 권한이 지방자치단체로 상당 부분 이양되고 있어 지역 사회에서는 기초단체장의 파워가 국회의원 못지않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란 분석도 있다.

16대 의원이었던 한나라당 김황식(金晃植), 민주당 전갑길(全甲吉) 전 의원은 과거 지역구였던 경기 하남과 광주 광산구에서 시장 후보와 구청장 후보로 출사표를 냈다. 하지만 이들은 대단히 운이 좋은 경우다. 당내 경선에서 탈락한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삼성SDS 대표이사와 정보통신부 장관, 국회 사무총장 등을 지낸 열린우리당 남궁석(南宮晳) 전 의원은 경기 용인시장 후보 경선에서 시의원에게 고배를 마셨다.

한나라당에서는 4선 의원을 지낸 유준상(柳晙相) 전 의원, 3선 의원 출신인 장경우(張慶宇) 전 의원이 각각 서울 광진구청장과 경기 시흥시장에 공천을 신청했으나 공천심사특별위원회에서 탈락했다.

경기 성남에서 3선 의원을 한 이윤수(李允洙) 전 민주당 의원과 경북 영주에서 15, 16대 의원을 지낸 한나라당 박시균(朴是均) 전 의원은 무소속으로 각각 경기 광주시장과 경북 영주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냈다. 당 공천을 받는 것이 요원하자 어쩔 수 없이 무소속으로 방향을 돌렸다는 후문이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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