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 대치 → “부동산법안 직권상정” → 의장공관 점거

  • 입력 2006년 5월 2일 03시 00분


한밤 농성 한나라당 박희태 의원(가운데) 등 20여 명의 의원이 1일 오후 11시경 서울 용산구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을 기습점거한 채 김원기 국회의장의 부동산 관련 법안 등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한다는 방침에 항의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원대연 기자
한밤 농성 한나라당 박희태 의원(가운데) 등 20여 명의 의원이 1일 오후 11시경 서울 용산구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을 기습점거한 채 김원기 국회의장의 부동산 관련 법안 등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한다는 방침에 항의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원대연 기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김원기(金元基) 의장이 2일 3·30 부동산대책 관련 3개 법안 등 4개 법안의 본회의 직권상정을 저지하기 위해 1일 밤늦게 서울 용산구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을 기습 점거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이들은 공관 측에 김 의장을 면담하러 왔다고 밝히고 공관에 들어가 응접실에서 김 의장에게 직권상정 방침 철회를 요구했다. 그러나 김 의장이 별다른 대답 없이 내실로 들어가자 밤샘 농성에 들어갔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은 대책 마련을 위해 이날 오후 9시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아울러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사립학교법 개정과 관련해 여당에 양보를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이 이를 거부하고 일부 법안을 선별해 강행 처리하기로 한 것은 ‘의회정치의 무력화’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열린우리당 측 인사 30여 명은 한나라당이 미리 본회의장에 진입해 의사 진행을 방해할 것을 우려해 이날 오후 11시경부터 본회의장 출입문 앞에 돗자리를 깔고 앉은 채 밤을 보냈다.

이 때문에 본회의장 앞에서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 및 보좌관 200여 명이 밤새 대치하는 상황이 빚어졌으며 몇 차례 고성과 함께 거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저녁 민주노동당은 김 의장의 직권상정 대상 법안에 당초 자신들이 요구한 주민소환법안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이 법안이 포함되지 않으면 열린우리당의 다른 법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해 막판 변수로 등장했다.

▽열린우리당-민노당 공조하나=열린우리당은 ‘최우선 민생 법안’으로 꼽았던 비정규직 관련 법안은 민노당의 처리 연기 요구를 수용해 이번 회기에서 처리하지 않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노당이 주민소환법안마저 직권상정시켜 달라고 요구해 난감해하고 있다. 김 의장에 의해 직권상정되는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민노당과의 공조가 절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밤늦게 김 의장에게 주민소환법의 추가 상정을 요청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이에 김 의장은 긍정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은 당초 시급한 민생 법안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 법안을 직권상정 대상에서 제외했었다.

민노당은 일단 2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어 열린우리당과의 공조 여부에 대한 최종 방침을 결정하기로 했다.

열린우리당 의석(142석)에 민노당(9석)을 합하면 국회 과반의석(149석)에 해당돼 본회의에서의 법안 처리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민노당은 이번 사태로 ‘캐스팅보트’로서의 영향력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는 평을 받았다.

▽한나라당, ‘실력 저지도 불사’=이재오(李在五)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만 해도 “이제라도 여당이 대승적 차원에서 우리의 사학법 개정안을 받아들이면…”이라며 ‘막판 협상’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강경대응 방침이 전해지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실력 저지까지 염두에 두고 오후 6시경부터 사실상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의원총회에서도 “하루 먼저 본회의장을 점거해 법안 처리를 막자”는 강경론이 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방호(李方鎬) 정책위의장은 “예전처럼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겠다는 말의 의미를 잘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의원과 보좌관들은 오후 10시 20분경 1차로 본회의장 진입을 시도했으나 본회의장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열린우리당 의원과 당직자들의 저지로 진입에 실패했다.

열린우리당은 여성 당직자 4, 5명을 최전선에 내세웠고, 이들은 한나라당 남성 의원들이 진입을 시도할 때마다 “가슴이 닿거든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 송영선(宋永仙) 의원은 “여당이 여성들을 ‘방패’로 앞세워 유치한 작태를 벌이고 있다”고 맞고함을 쳤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진입에 실패하자 김 의장의 등원을 저지하기 위해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 기습 점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3·30 부동산대책 법안만이라도 협조해 달라’는 여당의 부탁을 받은 민주당은 “부동산시장 안정도 중요하지만 국회의 정상적 의사 결정도 중요하다”는 논평을 내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국민중심당도 여당과 한나라당의 협상 추이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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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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