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장과 국회의장 공관을 양대 거점으로 밤새워 대치한 여야는 이날 새벽부터 본회의장 앞에서 팽팽한 대립 양상을 보이며 물리적 충돌을 예고하는 강성분위기로 치닫고 있다.
여야 의원 50여명은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서로 마주앉고 몸싸움을 벌이며 신경전을 펴고 있고 그 주위를 커다란 원처럼 200여명의 당직자들이 에워싸고 있고 있다.
의장 공관 심야 기습 점거에 성공한 한나라당은 김원기 국회의장의 출근 자체를 원천봉쇄하고 나섰고, 본회의장과 의장실 주변을 장악한 열린우리당은 '의장 유고(有故)'에 대비해 김덕규 국회부의장을 '제3의 장소'로 은밀히 피신시키는 '007 작전'을 펴는 등 양측 대치의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민주노동당과 공조해 2일 오후 2시 국회 본회의에서 부동산대책법안 등 7개 민생 관련 법안의 처리를 강행하기로 한데 대해 한나라당이 본회의 개의를 원천봉쇄하겠다고 맞서고 있는 것.
열린우리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와 원내대표단회의를 잇따라 열어 민노당이 요구한 주민소환법 등 3개 법안과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안, 도시·주거환경정비법안, 임대주택법안 등 부동산 3법, 동북아역사재단법, 지방자치법 등 7개 법안을 의장 직권으로 상정처리하기로 했다.
김 의장으로부터 본회의 사회권을 위임받은 김 부의장은 민노당이 요구한 주민소환법안과 이의 근거법인 지방자치법 개정안, 국제조세조정법안을 추가 직권 상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장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공관 점거로 사회권 행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이날 오전 11시경 김 부의장에게 사회권 이양을 공식 통보했다.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김 부의장이 공식적으로 사회권 이양을 통보받았고 3개 법안을 추가 직권상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 노웅래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국회를 이전투구의 장으로 만들고 있는 한나라당은 이성을 되찾아야 한다"며 "열린우리당은 분명하게 정상적인 입법 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날 이재오 원내대표 주재로 원내대표단 회의를 갖고 본회의 법안 상정을 막기 위한 실력저지 방안을 논의했다.
한나라당은 김 의장이 의장 공관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막는 한편 김 부의장의 본회의 입장도 차단해 본회의 개의를 원천봉쇄하기로 했다.
이방호 정책위의장은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직권상정 폐습은 막아 국회의 권위와 권능을 회복하는 날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계진 대변인은 "여당이 쟁점 법안을 일괄 처리하겠다는 약속을 깨고 한나라당 탓만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노당은 최소한 주민소환제법안을 추가 직권상정 처리하는 것을 조건으로 열린우리당이 공조를 요구하는 3·30부동산대책법안 등 4개 법안의 처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