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D-25]기초단체장 권역별 판세

  • 입력 2006년 5월 6일 03시 02분


《지방선거가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본보 ‘5·31지방선거 기동취재팀’이 지난달 26일부터 5일까지 전국의 선거 현장을 찾아 이번 선거에 대한 민심(民心)과 표심(票心)을 취재했다. 지역의 소(小) 정치판에 직접 관련된 사람들 사이에서는 정당 후보 공천 문제로 열기가 뜨거웠고, 일부에선 혼탁 조짐도 발견됐다. 그러나 일반 유권자들의 관심은 아직 높지 않았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지 정당에 대한 소신을 분명하게 밝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권역별로 기초단체장 선거의 판세와 이번 지방선거에 대한 현장의 분위기 등을 살펴본다.》

▼수도권▼

“기초단체장 선거도 결국 정당지지도대로 가지 않겠습니까.”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한 회사원(40)은 5일 “구청장 후보는 잘 모르지만 시장 후보와 마찬가지로 대개 정당 보고 투표하는 것 아니냐”며 이런 판세 전망을 내놓았다.

그의 말대로 서울과 수도권은 광역·기초단체장 및 의원 당선자가 한 쪽 정당으로 쏠리는 ‘정당투표 성향’이 강한 곳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2002년 지방선거 때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긴 한나라당이 25개 구청장 선거 중 22곳을 싹쓸이했다. 1998년에는 국민회의가 서울시장과 19개 구청장을 석권했다.

5·31지방선거에서도 이런 현상이 재연될지가 1차 관전 포인트다. 한나라당은 서울시장, 인천시장, 경기지사 후보들이 여론조사에서 모두 열린우리당을 크게 앞서는 만큼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우세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 한나라당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추세로 본다면 2002년 선거 때보다 분위기가 더 좋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도 서울에서의 열세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노원, 도봉 등 상대적으로 정당 지지도가 높은 6곳에서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투표일까지 25일 정도 남았고 변수는 많다. 열린우리당 지지층이 결집하면 해 볼 만하다”고 했다.

민주당은 현직 구청장이 출마하는 관악 등 2곳이 우세라고 주장한다.

경기지역 기초단체도 한나라당이 전반적으로 우세하지만 ‘무소속 변수’가 있다는 게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

한나라당은 2002년 선거 때 당선된 24곳 중 10곳의 현역 시장, 군수를 물갈이했으나 공천탈락자 일부가 무소속으로 출마할 채비다. 이들이 ‘무소속 연대’를 결성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어 지역에 따라서는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

열린우리당은 부천, 안산, 용인 등 주요 도시에 40대의 신진 인사를 공천해 바람을 일으킨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40대 후보 중 일부는 경륜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천도 한나라당 우세다. 한나라당은 2002년 지방선거 때 10곳의 기초단체 중 8곳을 석권했던 기세를 이어 가겠다는 입장이다. 열린우리당은 남구, 옹진군 등에서는 해 볼 만하다고 주장한다.

▼충청-강원▼

“여기는 표심의 향방이 항상 불분명하다.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 결과가 10% 이상 차이 난다.”

3일 대전에서 만난 택시운전사 이모(46) 씨는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충청지역 유권자들의 특성을 설명하면서 “결과를 속단하지 말라”고 했다.

충청권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혼전을 벌이는 가운데 아직 이 지역에 기반을 둔 국민중심당의 ‘바람’이 예상만큼 거세지 않은 편이다.

대전에서 열린우리당은 염홍철(廉弘喆) 시장의 높은 지지도를 바탕으로 구청장 선거도 5곳 모두 석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확실한 우세 지역은 대덕, 유성구 2곳을 꼽는다.

한나라당은 최근 자체 조사 결과 5곳 모두 지지도가 급상승하고 있다며 고무돼 있는 모습이다. 국민중심당은 토착민이 많이 사는 동, 중, 대덕구에서 우세 또는 선전을 예상한다.

16명의 시장, 군수를 뽑는 충남은 한나라당과 국민중심당 간 접전 양상. 한나라당은 10곳 이상의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국민중심당은 현역 국회의원 4명의 지역구인 8곳에서 승리를 기대하고 있고, 열린우리당은 현역 단체장이 출마하는 서산, 서천, 당진을 승리 안정권으로 보고 있다.

충북은 대부분의 시군에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간의 대결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12개 시군 모두에서 우세하다고 주장하고, 열린우리당은 6곳 승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강원은 한나라당이 대체로 우세한 분위기. 춘천, 원주, 정선 등에서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및 무소속 후보 간에 혼전이 벌어지고 있다.

▼호남▼

1일 광주에서 만난 택시 운전사 김기봉(56) 씨는 “이번에는 죽어도 투표하지 않겠다”며 역정을 냈다. 퀵서비스 직원 박승일(35) 씨도 “열린우리당이 하도 못하니까 민주당을 밀었는데 공천비리 사건으로 실망했다. 어느 쪽을 지지할지 판단 보류”라고 말했다.

호남의 정치 중심인 광주의 민심은 극심하게 표류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선거가 다가오는데 오히려 무응답층이 크게 늘어나는 등 최종 판세가 아직 유동적이다.

현재 분위기는 광주 전남에서 민주당이, 전북에서 열린우리당이 우세하지만 시군 단위까지 들여다보면 격전지가 적지 않다.

광주에서 열린우리당은 5개 구청장 중 서구 1곳을 확실한 우세, 북구 광산구를 경합우세지역으로 꼽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5곳 모두 승리를 장담한다.

22명의 시장 군수를 뽑는 전남에서 열린우리당은 고흥 무안 완도 곡성 담양 등 현역 단체장이 출마한 5곳을 포함해 7곳에서 우세를 주장한다. 그러나 7곳은 아직까지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목포 순천 광양 장성 영광 등 11곳에서 승리를 확신한다. 나주 보성 장흥 등 5곳에선 무소속 현역 단체장과 민주당 후보가 격돌하고 있다.

전북에서 열린우리당은 14개 시군 가운데 전주 익산 진안 무주 순창 장수 등 11곳에서 우세 또는 경합우세를 주장한다. 민주당은 군산 정읍 부안 고창 등 서해안 벨트 4, 5곳에서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농민회 간부가 출마한 정읍을 기대하고 있다.

▼영남▼

“꼭 한나라당이라고 해서 뽑아 줄 생각은 없지만 다른 당에서 마땅히 뽑아 줄 만한 인물이 없다 보니 결국은 한나라당 후보에게 손이 간다.”

2일 경북 경주시에서 만난 회사원 배모(41) 씨는 이번 선거를 앞둔 지역 분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한나라당의 ‘텃밭’인 영남에서는 공천 잡음이 적지 않았다. 최근 들어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단체장들을 중심으로 부산, 대구에서 ‘무소속 연대’가 구성됐고 이들이 얼마나 선전할지가 변수로 떠올랐다.

부산에서는 금정, 동래, 서, 중구에서 현역 구청장이 무소속 출마해 한나라당 후보를 위협하고 있다. 대구에서는 중, 남구에서 현역 구청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경북에서는 영주 군위 고령에서, 경남에서는 산청에서 현역 단체장이 한나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많이 거주하는 울산 북, 동구 2곳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생각이다. 경남에서는 역시 민주노총이 강한 창원과 가톨릭농민회의 영향력이 센 의령에서 당선을 기대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5일 현재 대구 경북의 31개 시군 가운데 8곳에서만 후보를 확정했을 뿐 대다수 지역에서 아직 후보를 내지 못할 정도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구시당 관계자는 “열린우리당 후보로 나가겠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경북 울진, 영양 2곳에서 조심스럽게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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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취재팀▽

<정치부>

김정훈 차장(팀장) jnghn@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사회부>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신광영 기자 sky@donga.com

<사진부>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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