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문정현신부 강제소환 적극 검토

  • 입력 2006년 5월 9일 16시 09분


평택 미군기지 이전 예정지에서 강제퇴거 조치를 방해하며 폭력시위를 벌인 시위자들의 구속영장이 연이어 무더기로 기각되자 검찰의 반발 기류가 거세지고 있다. 검찰은 두 차례의 영장 기각 원인을 분석하며 영장 재청구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또 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범대위) 지도부 등이 검ㆍ경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면 체포영장 청구 등 법적 절차를 밟아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대검 관계자는 "문정현 신부 등 지도부를 소환 조사할 것을 경찰에 지시한 상태이다. 출석하지 않을 경우 법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그러나 사진이 증거자료로 인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검ㆍ경이 지도부 체포에 나서거나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더라도 법원이 영장을 발부해 줄지는 미지수다.

이 관계자는 "시위장면을 찍은 사진만으로 동일인 여부를 판단하기는 힘들지만 겨우 판독해 제출한 사진을 `일치하지 않는다'며 증거자료로 인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자료를 추가 제출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연합뉴스, 정리=동아닷컴)

이와 관련해 YTN은 "문정현 신부가 자진 출석을 계속 불응함에 따라 경찰이 강제 소환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8일 오전 8시까지 평택 범대위 지도부인 문정현 신부에게 자진 출석할 것으로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문 신부 측에서 답변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YTN은 전했다.

YTN에 따르면 평택 경찰서 관계자는 '현재 문 신부와 직접적인 연락도 되지 않는 상황이라 주변 사람들을 통해 출석을 요구하고 있어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따라서 경찰은 문 신부에 대해 9일 다시 자진 출석을 요구하고 그래도 불응할 경우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강제 소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YTN은 보도했다.

범대위 문정현 신부 “검·경 소환에 응하지 않겠다”

평택 미군기지 예정지에서 시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평택범대위 공동대표인 문정현 신부는 이와 관련해 검·경의 소환에 응하거나 수사에 협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문정현 신부는 9일 KBS라디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미군기지이전부지인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에 있다고 자신의 소재를 밝힌 뒤 “지금 군 병력은 도랑을 파고 철조망을 치고, 철통같은 경계 태세로 논을 훼손하고 있다”며 “이것을 보는 농민들의 마음은 찢어지고 실신할 지경”이라고 밝혔다.

이어 법원이 이날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폭력 시위 가담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무더기로 기각한 것에 대해 “(시위대는) 서있다는 이유로, 젊다는 이유로 잡혀갔다. 무차별로 잡아갔기 때문에 증거 불충분으로 혹은 단순가담으로 나오는 것은 판사의 재량”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핵심 지도부에 대한 강제소환 계획을 세웠다. 소환에 응하실 것인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도피를 하거나 불응하는 것은 피의자의 판단이다. 그것은 권리이다”라고 답해 순순히 소환에 응할 생각이 없음을 밝혔다.

이어 “스스로 수사에 협조할 생각은 없다”며 “검·경은 경찰의 폭력은 아무리 고소, 고발해도 조사하지 않지만 우리는 혐의를 뒤집어 씌워 잡아간다”고 주장했다.

문 신부는 ‘평택 주민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외부 세력들이 미군 철수 등을 위해서 기지이전 반대운동을 선동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는 질문에는 “대추리로 이사를 한 후 주민들로부터 호의를 받고 주민들의 아낌으로 지금까지 살고 있다. 왜 그렇게 이간질을 시키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을 체포하면 더 거세게 항의하게 된다. 주민들을 건드리지 않는 것은 좋다”라며 “사람들을 무차별 체포해놓고 마치 주민들을 우리가 이용하는 것처럼 뒤집어씌우는 것은 당치도 않다”고 주장했다.

문 신부는 향후 계획에 대해 “대추리에서 광주 5.18정신 계승행사를 비롯해 13일 인간띠 잇기 행사, 14일 범국민대회를 갖겠다”고 밝혔다.

평택 경찰서 관계자는 이날 동아닷컴과의 통화에서 “현재 문 신부와 직접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 주변 사람들을 통해 자진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김수연 동아닷컴 기자 s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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