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관계자 “우리운명 美에 맡길수 없다”

  • 입력 2006년 5월 12일 03시 01분


카스피해 유전개발 합의11일 아제르바이잔을 국빈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왼쪽)이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카스피 해 유전 개발 등 에너지와 통상, 건설 등의 분야에서 양국이 협력을 증진하는 방안을 담은 공동성명서를 교환하고 있다. 석동률 기자
카스피해 유전개발 합의
11일 아제르바이잔을 국빈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왼쪽)이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카스피 해 유전 개발 등 에너지와 통상, 건설 등의 분야에서 양국이 협력을 증진하는 방안을 담은 공동성명서를 교환하고 있다. 석동률 기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특사다.” “아니다, 개인 자격의 방북이다.”

노 대통령이 9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김대중(金大中·DJ) 전 대통령의 방북을 통한 남북정상회담 성사에 기대를 표시한 뒤 ‘DJ 특사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본보 11일자 A4면 참조

청와대와 여당에서는 직간접적으로 DJ의 방북과 여권의 연계를 강조하고 있다. 사실상 노 대통령 또는 정부의 특사 역할을 띠고 있다는 것. 이는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 또는 수도권의 호남 출신 표심을 겨냥한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DJ 측은 ‘개인 자격 방북’임을 강조하고 있다. 여권이 지방선거와 DJ의 방북을 연결짓는 데 대해 DJ 자신이 불쾌해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DJ 측의 거부감 때문인지 이날 청와대와 정부 내에서는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개인 자격의 방북 아니다”=노 대통령의 해외 방문을 수행 중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1일 “전직 대통령으로서 방북하는 것이 전적으로 현 정부의 생각이나 정책과 동떨어져 이뤄지는 개인 자격의 방북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DJ의 방북이 정부 특사 자격이냐, 개인 자격이냐’는 질문에 대해 “이것이 정부 특사다, 아니다 하고 형식을 규정하기에는 이르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북한에) 많은 것을 양보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울란바토르 발언에 대해 “한반도 문제에서 가장 무거운 책임을 갖고 해법을 찾아야 할 당사자는 한국이며 한국 대통령으로서 해법을 제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은 상황이 안 좋으면 화를 내거나 ‘나쁘다’고 슬로건을 내걸면 되지만 우리 정부는 해답과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의 운명을 미국에 맡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개인 자격의 방북이다”=DJ 측의 최경환(崔敬煥) 비서관은 이날 “김 전 대통령은 민족문제 해결과 세계 평화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하고 있다”며 “이런 차원에서 이번 방북도 정부 대표나 특사가 아닌 개인 자격의 방북임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고 강조했다.

DJ 측의 한 인사는 “김 전 대통령은 여권이 이번 방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야당이 반대해 정쟁(政爭)의 대상이 되는 상황을 결코 원치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방북”=정부 당국자는 이날 오후 통일부 기자실로 찾아와 “특사는 검토된 바 없다. 김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방북하는 것이고 정부는 이를 적극 지원하는 입장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이날 오전 ‘개인 자격의 방북이 아니다’고 말한 데 대해서는 “김 전 대통령의 비중이나 위상을 감안해서 그렇게 얘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DJ가 사실상 특사 역할을 해 주기를 바라면서도 DJ의 심기를 거스르기가 어려운 것이 여권의 딜레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정부는 ‘특사’와 ‘개인 자격 방북’ 사이에서 ‘전직 대통령 자격의 방북’으로 절충점을 찾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바쿠(아제르바이잔)=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자유민주비상국민회의 “盧대통령 몽골발언 사과해야”▼

자유민주비상국민회의(대표의장 이철승·李哲承)는 11일 성명을 내고 “노무현 대통령이 몽골에서 북한 김정일 정권에 조건 없는 지원을 하겠다고 한 것은 북한동포의 자유와 인권을 포기하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노 대통령은 몽골 발언을 즉각 취소하고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