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공약 제안=5·31지방선거를 앞두고 각종 시민사회단체의 공약 제안이 후보 진영에 봇물 터지듯 밀려들고 있다. 이들 제안 가운데 실현이 불가능하거나 집단이기주의적인 민원성 요구가 적지 않아 후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장애인단체는 도지사 후보에게 “장애인 수당을 일괄적으로 9만 원씩 올려 달라”고 요구했고, 지역의 중소기업들로 이뤄진 한 연합회는 “기업에 대한 지원 펀드를 현행 90억 원에서 200억 원으로 올려 달라”고 요청했다.
후보에게 권한을 양보할 것을 채근하는 질의도 있다.
이달 초 지방의 한 공무원노동조합은 ‘후보께서 만약 도지사가 된다면 도청 내 인사는 어떻게 운영하시겠습니까?’라는 내용의 공개질의서를 냈다. 이 노조는 ①번 ‘인사권 범위에서 알아서 하겠다’, ②번 ‘인사 전횡이 되지 않도록 노조와 협의하여 개선해 나가겠다’, ③번 ‘취임 후 생각해 보겠다’는 답변 항목을 달았다.
이 질의서를 받은 각 후보 측 관계자들은 “노조가 인사권을 침해하겠다는 의도가 뻔히 들여다보였지만 노조의 반발을 사지 않으려 ②번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고 푸념하듯 말했다.
▽후보들 울며 겨자 먹기=이렇듯 각 광역단체장 후보 진영의 정책팀은 팩스, e메일로 밀려드는 시민사회단체들의 공약제안서, 질의서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대표적 민원성 공약은 센터 건립 요구다. 한 도지사 후보의 정책팀장은 “여성, 장애인, 실업자, 청소년 등 각 단체의 센터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 요구를 모두 들어 주면 예산이 거덜 날 지경”이라고 말했다.
한 도지사 후보는 “무리한 공약을 요구하는 단체는 말 한마디 잘못하면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어 비난하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공약을 검증하는 매니페스토(참공약 선택하기) 운동을 벌이는 시민사회단체도 많지만 집단이기주의적인 단체들의 이 같은 무리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건전한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에 대해 “현행 선거법으론 후보에게 무리한 공약을 요구하는 행위를 단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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