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D-13]경남지사 후보 공약 FINE지표 심층분석

  • 입력 2006년 5월 18일 03시 00분


《경남도지사 선거는 ‘최연소’ 수식어를 달며 급성장해 온 후보들 간의 승부로 관심을 모은다.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열린우리당 김두관(金斗官) 후보는 최연소 군수, 한나라당 김태호(金台鎬) 후보는 최연소 민선 도지사 출신이다. 여기에 민주노동당 문성현(文成賢) 후보는 현직 당 대표여서 화려한 인물 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김태호 후보의 압도적인 우세 속에 김두관, 문성현 후보 순으로 뒤를 쫓고 있다. 국민중심당 김재주(金在珠) 후보가 16일 후보 등록을 하고 뒤늦게 선거에 뛰어들었다. 본보와 한국의회발전연구회(이사장 오연천·吳然天 서울대 교수)는 17일 각종 여론조사에서 평균 10% 이상의 지지율을 보이는 선두 세 후보의 공약을 매니페스토(참공약 선택하기) FINE 지표에 근거해 평가했다. 김재주 후보는 출마 확정이 늦어 공약 평가를 하지 않았다. 》

■ 김두관 후보 “150만평 기업도시”

관광-레저기능 갖춰 반응성 좋아

김두관 후보가 전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진주 등 경남 서부권에서는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를 7%가량 앞서고 있다는 지역 일간지의 여론조사 결과가 최근 발표된 일이 있다. 진주 혁신도시 일부를 마산으로 이전하겠다는 김태호 후보의 정책에 대한 반발로 이 지역에서 한나라당 역풍이 불고 있다는 게 김두관 후보 측의 주장이다. 김두관 후보로서는 추격의 여지가 생긴 것이다.

그는 2002년 민주당 후보로 도지사 선거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들었고, 2004년 총선 때는 남해-하동에서 패했다.

노무현(盧武鉉) 정부 출범과 함께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발탁돼 ‘이장 출신 장관’이란 기록을 세웠으나 국회 해임건의안 의결로 6개월여 만에 중도하차했다.

열린우리당의 2·18전당대회 당시 “노무현을 지키겠다”는 눈물의 호소로 서열 3위의 최고위원에 당선돼 정치적 재기에 성공한 여세를 이번 선거까지 몰아가겠다는 생각이지만 지역의 벽이 아직은 두껍다. 그는 “경남이 활력을 되찾으려면 한나라당의 독점 체제를 허물어야 한다”는 논리로 도민을 설득하겠다고 했다.

김두관 후보는 결국 마산이 승부처라고 판단하고 선거운동 기간에 최소 5번은 마산을 방문할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소외된 서부는 진주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발전시키고 중부는 마산과 창원, 진해를 통합해 약 110만 명 규모의 기업도시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FINE 지표 평가 결과 첨단 로봇산업을 마산 자유무역지역에 집중 유치하겠다는 공약은 지역의 미래 수요를 비교적 잘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이 있겠느냐고 의문을 제시한 전문가가 많았다.

마산 구산-진동 지구에 150만 평 규모의 산업교역형 기업도시를 유치하겠다는 공약은 지역주민의 수요를 제대로 반영했는지 따지는 반응성에선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실현성은 낮은 점수를 받았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 김태호 후보 “신공항-항만 확충”

남해안 프로젝트 효율성 높은 점수

“젊은 혈기가 끓었지만 어르신들 의견을 먼저 존중했습니다. 무조건 겸손, 겸손하게….”

김태호 후보는 16일 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 등록을 하면서 40대 초반의 나이에 도정(道政)을 이끌면서 느낀 소회를 이렇게 말했다. 36세 경남도의원, 40세 거창군수를 거쳐 2004년 김혁규(金爀珪) 전 도지사의 사퇴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경남도지사로 당선된 때가 42세였다.

한나라당의 차세대 주자로 빠지지 않고 거론될 정도로 승승장구해 왔다. 누구나 한 번 만나 보면 푹 빠지게 된다는 친화력이 최대 장점이라고 한다. ‘호호다모’라는 팬클럽도 있다.

2005년 진주 세계의상 페스티벌 때는 모델이 돼 무대에 오르는가 하면, 경남오페라단이 공연한 ‘토스카’에 단역으로 출연하는 등 ‘끼’도 넘친다.

그는 원래 농사꾼을 꿈꿨다고 한다. 그러다 “농약병에 적힌 영어는 읽어야 할 것 아니냐”는 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거창농고를 거쳐 서울대에 진학해 박사학위(교육학)까지 땄다.

그는 서울 유학 시절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측근이면서 고향 선배이자 아버지의 친구인 고 김동영(金東英) 정무장관의 집에서 숙식하면서 자연스럽게 정치를 익혔다. 1992년 이강두(李康斗) 민자당 후보의 캠프에 합류해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다른 후보들에 비해 여론조사 지지율이 두 배 이상 높지만 도전도 만만치 않아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최근 도지사 후보 초청 TV 토론회에서 다른 후보로부터 “모 기관의 16개 시도지사 평가에서 경남이 14위에 그쳤다”고 지적받은 데 대해 그는 “반성할 부분도 있지만 보선 당선 이후 2년이라는 시간이 짧았던 탓도 있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그의 공약 중에서는 ‘경남 농수산업의 세계 경쟁력 강화’가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았다. 친환경에너지 확보 사업과 남해안시대 프로젝트는 효율성 측면에서 호평을 받았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문성현 후보 주민참여조례 반응성 무난

문성현 후보는 잘 알려진 노동운동가다. 논밭 사이로 도망 다니면서 노동운동을 한 기억 때문에 아직도 배추밭에 가면 최루탄 냄새가 섞여 올라오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고 한다.

별명이 ‘워킹 콘사이스(걸어 다니는 사전)’였을 정도로 공부를 잘했던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 재학 시절 우연히 전태일(全泰壹) 열사의 유서를 접하고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이후 5차례나 구속됐을 정도로 강성 투쟁 노선을 지켰다. 현재도 민노당 대표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활동 등을 주도하고 있다.

문 후보는 “당 대표가 직접 후보로 나서는 것이 이례적이기는 하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치러지는 중요한 선거인 만큼 당을 위해 직접 뛰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재 10% 수준인 개인 지지도를 이 지역의 당 지지도(약 16%)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1차 과제다. 열린우리당에 등을 돌린 개혁이탈층을 끌어오겠다는 전략이다.

주요 공약인 주민참여기본조례 제정과 중소기업 육성, 근로조건계약준수 프로그램 등은 투입 비용 대비 효과를 따지는 효율성이 낮았다.

그러나 지역주민의 수요를 제대로 반영했는지 따지는 반응성 항목에서는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후보 약력

김두관(열린우리당) ▽출생지(나이)=경남 남해(47세) ▽학력=동아대 정치외교학과 졸 ▽경력=행정자치부 장관, 노무현 대통령정무특보, 당 최고위원(현)

김태호(한나라당) ▽출생지(나이)=경남 거창(44세) ▽학력=서울대 농업교육학과 졸 ▽경력=경남도의회 의원, 거창군수, 경남도지사(현)

문성현(민주노동당) ▽출생지(나이)=경남 함양(54세) ▽학력=서울대 경영학과 졸 ▽경력=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 위원장, 당 경남도당위원장, 당 대표(현)

김재주(국민중심당) ▽출생지(나이)=경남 함양(67세) ▽학력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졸 ▽경력=의령군수, 경남공무원교육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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