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지방선거의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8일 후보들은 이른 새벽부터 거리를 누비며 유권자들에게 ‘한 표’를 호소했다.
바뀐 선거법이 지나치게 까다로운 탓에 각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는 상황별로 선거법 저촉 여부를 묻는 각 후보 진영의 문의 전화가 폭주했다.
4개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는 데다 기초의원 선거에 중선거구제와 정당공천제까지 도입되면서 유권자들도 ‘누가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충북 청주시 기초의원 선거에 출마한 김경세 후보는 “슈퍼맨 같은 정의의 정치인이 되겠다”며 영화 ‘슈퍼맨’의 주인공 복장을 한 채 선거운동을 벌이다 ‘선거법 위반’이라는 선관위의 통보를 받고 난감해했다. “표찰, 표시물, 마스코트, 상징물 등을 활용하는 방식은 불법”이라는 게 충북도선관위의 유권해석.
그러나 도선관위의 처음 판단과는 달리 중앙선관위는 이날 오후 늦게 “슈퍼맨 복장은 선거법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김 후보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전북 장수군수 선거에 출마한 A 후보는 농가를 돌며 지지를 호소하던 중 노인 혼자서 무거운 모판을 나르는 걸 보고 거들어 주려다 선거법을 의식해 슬그머니 중단했다. 수행원이 “후보 본인이나 선거운동원이 유권자의 일손을 돕는 행위는 선거법에 금지된 노무제공에 해당된다”며 한사코 말렸기 때문.
광주 기초의원 선거에 나선 B 후보는 최근 선거운동을 돕겠다고 찾아온 친누나의 시부모와 식사를 한 뒤 밥값을 낼지 말지를 고민하다 끝내 자신이 지불했다.
그는 “선거법 위반인 줄은 알지만 도저히 사장 어른들에게 각자 비용을 치르자고 할 수 없었다”며 “친척들이 명함을 주위 사람에게 돌리겠다며 달라고 할 때마다 선거법 위반이라는 것을 설명하느라 애를 먹는다”고 말했다.
전북 익산시장에 출마한 D 후보 진영은 최근 운동원들이 함께 입으려고 재킷을 단체로 주문했다가 ‘티셔츠는 되지만 재킷은 안 된다’는 선관위의 유권해석을 받고 다시 티셔츠를 맞췄다. 또 강원 춘천지역에 출마한 한나라당 후보들은 당 로고가 찍힌 잠바를 입고 지역 선관위에 인사차 들렀다가 “위법행위가 된다”는 설명을 듣고 화들짝 놀라 잠바를 벗는 해프닝을 벌였다.
대전시장에 출마한 E 후보의 선거운동원들은 ‘사무실을 방문한 유권자에게 김밥을 줄 수 있느냐’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 후보의 선거캠프엔 10년간 충남 선관위원을 지낸 변호사가 영입됐지만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해 운동원들은 결국 지역 선관위에 전화를 걸어야 했다.
선관위는 “선거 사무실을 찾아온 유권자에게 음료 다과류와 함께 김밥 몇 개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국과 함께 김밥을 내놓으면 식사 제공에 해당돼 불법이며, 도시락 같은 통에 넣어 유권자가 들고 가게 하거나 자원봉사자가 반복적으로 사무실에서 김밥을 먹는 것도 안 된다”고 답했다.
한 광역시장 후보 관계자는 “이번 선거법은 유권해석을 받아야 할 것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선관위와 상의해야 하는 고충이 크다”고 푸념했다.
경선에 탈락한 예비후보가 다른 선거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하거나, 다른 종류의 선거에 나서는 ‘변경 출마’도 유권자들을 헷갈리게 한다.
현행 선거법이 예비 후보자가 당내 경선에서 떨어진 경우 같은 선거구에서는 무소속 후보자로 등록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탈락 후보가 선거구를 달리하거나 상향 또는 하향식으로 출마하는 행위는 제한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열린우리당 광주서구 광역의원인 모 후보는 최근 경선에서 탈락하자 선거구를 바꿔 무소속으로 광역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광주 남구에서 광역의원 경선에 탈락한 민주당 소속의 한 후보는 무소속으로 남구청장에 도전장을 냈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대전=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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