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국정브리핑은 취재·편집 요원을 두고 보도와 논평, 이슈 제기 등 사실상 언론 매체처럼 활동하고 있지만 법적으로는 각종 책임과 의무에서 벗어나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에는 데일리서프라이즈 등 정권에 우호적인 인터넷 언론사 소속 기자들이 주축이 된 한국인터넷기자협회마저 “국정브리핑의 사실 왜곡과 여론 조작 보도가 선거 시기에 유권자에 중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며 국정브리핑에도 언론법과 선거법을 적용할 것을 주장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또 하나의 ‘정부 기관지’=홈페이지를 9일자로 새 단장한 국정브리핑은 정치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의 뉴스를 다루고, 외부 칼럼과 만평을 통해 논평도 한다는 점에서 일반 인터넷 언론과 다를 것이 없다. 도메인 이름도 ‘news.go.kr’이고, 심지어 ‘가장 많이 본 기사’ ‘베스트 네티즌 참여 기사’라는 메뉴까지 똑같다. ‘정책뉴스’ 코너에선 국정홍보처 직원들이 작성한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의 뉴스를 볼 수 있다. ‘국정브리핑속보’ 코너에선 넷포터(외부 기고자)가 ‘연예인 마약 상습 복용’ 등 일반 뉴스를 전하기도 한다.
국정브리핑은 청와대가 운영하는 청와대브리핑과 함께 최근 ‘버블 세븐’ 논란을 불러일으킨 특별기획 ‘부동산, 이제 생각을 바꿉시다’ 시리즈를 10회 분량으로 연재 중이다.
“대안 매체를 통해 의제 설정을 해야 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난해 11월 발언 그대로 정권이 원하는 의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해 여론 형성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정부 사이트에 실리는 칼럼은 일반 인터넷 언론의 칼럼보다 더 주관적인 경우가 많다. 그 내용은 주로 신문 보도에 대한 반박이나 보수언론 공격이지만, 최근엔 진보세력 내부에서 제기하는 정권 비판에 대해서도 반박하고 있다.
국정브리핑은 최근 이른바 진보적 언론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의 김동민 공동대표가 경기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시위에 대해 진보 언론들이 정부의 진압만 문제 삼는 편파 보도를 했다고 비판하는 칼럼을 실었다. 이에 대해 해당 매체들이 비판하자 블로거를 내세워 반박 글을 싣기도 했다. 김 대표는 한겨레, 오마이뉴스 등이 반발하자 지난주 공동대표직에서 물러나는 ‘필화(筆禍)’를 겪었다.
▽언론의 ‘책임’은 비켜간다=국정브리핑은 이 같은 보도와 논평으로 사실상 인터넷 언론의 역할을 하면서도 국가가 관리하는 사이트라는 이유로 언론사로서 부담해야 할 각종 법적인 책임은 비켜갈 수 있다.
현행 신문법에 따르면 정부에 등록해야 하는 ‘인터넷 신문’이란 ‘경제 사회 문화 시사 등에 관한 보도 논평 여론 및 정보 등을 전파하기 위해 간행하는 전자 간행물’이다. 현재 문화관광부에는 364종의 인터넷 신문이 등록돼 있다.
국정브리핑은 경력 기자를 포함해 취재기자 10여 명을 뽑아 각자의 바이라인을 달고 기사와 속보를 쓰게 한다. 자체 취재와 편집 인력이 법정 기준을 넘어서고, 포털 사이트와 달리 대부분의 내용을 자체 생산하며, 일일 단위로 새로운 보도와 논평을 게재하므로 시행령이 규정하고 있는 ‘인터넷 신문’의 요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그러나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경우 등록하지 않아도 되는 신문법상 예외 규정 때문에 국정브리핑은 등록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신문법과 언론피해구제법이 요구하는 책임과 의무의 적용을 받는지, 정정보도나 반론보도 청구의 대상이 되는지 자체가 모호하다. 부정확한 보도·논평으로 피해를 봤어도 언론중재위원회에 호소하기 어렵다.
특히 선거 기간에는 정부에 등록된 인터넷 신문 외에도 언론의 기능을 하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포함해 모두 750개가 넘는 사이트가 선거 보도 심의의 대상이 되지만 국정브리핑 등은 여기서도 제외돼 있다.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국정브리핑 같은 국가 관리 간행물이나 사이트에 대해 등록의무를 면제해 줬다고 해서 신문법 등이 규정한 언론으로서의 책임과 의무 조항에서도 면책되는지에 대해선 솔직히 검토해 본 적조차 없다”고 말했다.
김사승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공론장 형성에 영향을 주고 있다면 이에 따른 사회적 책임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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