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 대응 미흡”=한나라당은 경찰의 초동 대응에 원천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30분이 지나서야 교통경찰 1명이 현장에 도착했고, 이어 형사 2명이 뒤늦게 와 피의자들을 연행해 갔다는 것이다.
당 정보위원장인 김정훈 의원은 “사고 현장에 서대문서 정보과 형사가 왔다가 교통경찰 추가 배치만 지시하고 서대문서로 복귀했다. 경비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최소한의 경찰 인력조차 배치돼 있지 않았다”고 했다.
또 경찰이 당초 범인 지모 씨가 오른손으로 악수를 청하는 척하면서 왼손으로 박 대표에게 위해를 가했다고 설명했는데, 실제 동영상을 보면 지 씨는 오른손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나는 등 경찰 설명에 앞뒤가 맞지 않는 대목이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늑장 출동 지적에 대해 “심리적 시간이 길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사건 당일인 20일 오후 7시 35분에 112신고가 들어왔고, 3분 뒤인 7시 38분 접수를 마친 서대문서 상황실이 신촌지구대에 출동을 지시해 경찰이 현장에 도착한 게 9분 뒤인 7시 47분이었다는 것이다.
▽“우발적 범행으로 축소 왜곡”=한나라당은 경찰이 처음부터 이 사건을 정신병자 또는 술 취한 사람의 우발적 범행으로 몰아가려 했다고 주장했다.
사건 발생 직후 현장에서 난동을 부려 경찰에 연행된 박모 씨가 음주상태이긴 했지만, 박 대표에게 직접 위해를 가한 지 씨는 음주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둘 다 술 취한 상태인 것처럼 흘렸다는 것.
실제 이택순 경찰청장은 20일 오후 11시 브리핑에서 “피의자들이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고 있다”고 했다.
이정현 당 부대변인은 또 “경찰청 소속 직원 5, 6명이 와서 대뜸 지 씨 등에게 ‘당신 정신병 전력이 있느냐’고 묻는 등 정신병자의 소행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당시 상황보고에 술에 취해 조사가 힘들다는 내용이 있어 이 청장이 그런 보고를 받았다고 했으나 곧이어 경찰청 수사국장이 ‘만취상태는 아니고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고 제대로 답변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또 “정신병 전력이 있느냐는 질문을 한 경찰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미온적으로 수사”=한나라당은 이번 사건이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범행이라는 의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배후를 캐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훈 의원은 “지 씨가 범행 동기나 배후를 묻는 질문에 진술을 거부하는 등 지능적으로 대처하고 있는데도 경찰이 추궁을 제대로 안 하더라”고 했다.
엄호성 전략기획본부장은 “월 18만 원을 받는 생활보호대상자라는 지 씨가 지난달 6일 70여만 원짜리 휴대전화를 개통하고 2, 3명과 집중적으로 전화통화를 한 흔적이 발견됐다”며 배후설을 제기했다.
한나라당은 “폭행상해가 아닌 살인미수 사건으로 이 사건을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은 이날 이 청장을 항의방문한 자리에서 경찰이 말을 맞추지 못하게 격리시켜야 할 피의자 2명을 같은 유치장에 수감하고, 지 씨의 휴대전화로 외부에서 전화가 오자 통화를 하게 한 이유 등을 따져 물었다.
이에 경찰은 “지 씨가 특정인 2, 3명과 집중 통화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또 현장에서 지 씨 외에도 여러 명이 ‘박근혜 죽여’라고 했다는 일부 증언이 있지만 사실 확인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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