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표 피습]문구용 커터 불쑥…순식간에 얼굴 그어

  • 입력 2006년 5월 22일 03시 00분


병원으로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20일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현대백화점 신촌점 앞에서 열린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유세 지원에 나섰다가 괴한에게 얼굴 오른쪽을 문구용 커터에 찔린 뒤 손으로 상처 부위를 감싼 채 병원으로 가기 위해 차에 오르고 있다. 사진 제공 노컷뉴스
병원으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20일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현대백화점 신촌점 앞에서 열린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유세 지원에 나섰다가 괴한에게 얼굴 오른쪽을 문구용 커터에 찔린 뒤 손으로 상처 부위를 감싼 채 병원으로 가기 위해 차에 오르고 있다. 사진 제공 노컷뉴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피습은 자연스러운 유세 과정에서 갑자기 발생했다. 아무런 경계심이 없었던 박 대표가 20일 피습되기 전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본다.

▽박 대표 도착=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이날 오후 7시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현대백화점 신촌점 앞에서 박 대표의 지원을 받아 유세전을 펴기로 했다.

박 대표는 오후 7시 15분경 유세장에서 마포구 동교동 방향으로 100m가량 떨어진 횡단보도에 도착했다. 자신의 에쿠스 승용차에서 내린 박 대표는 당직자, 경호팀 등과 함께 빠른 걸음으로 횡단보도를 건너 백화점 앞 유세 차량 쪽으로 갔다.

박 대표가 횡단보도를 건너자 막 연설을 마친 오 후보는 “박 대표가 지금 도착하셨습니다”라고 청중에게 알렸다. 청중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박 대표는 백화점 앞을 지나면서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청중과 악수를 했다.

▽이상한 조짐=이때 청중 사이에서 한 중년 남성이 “박근혜가 뭐가 좋다고 손뼉 치고 난리냐. 한나라당이 잘한 게 뭐가 있느냐”고 소리를 질렀다. 이 남자는 나중에 유세 차량 마이크 지지대를 집어 던진 박모(54) 씨로 확인됐다.

박 대표의 주변에 있던 경호원과 당직자들은 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박 대표는 청중 사이를 지나 유세 차량 오른편에 도착했다. 이때가 오후 7시 20분경이었다.

박 대표는 청중과 당원들에게 인사하며 오 후보 지지 연설을 위해 유세 차량 계단으로 향했다. 그가 첫 계단 위로 올라서자 누군가 악수를 청했다. 박 대표는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손을 내밀어 반갑게 악수했다.

박 대표는 시민들과 직접 악수하고 싶어 하는 스타일이어서 경호가 삼엄하지 않았다. 또 함께 사진을 찍으려는 의원도 많아 경호하기 어려웠고 체계적인 경호팀도 없었다.

▽지 씨의 습격=박 대표가 두 번째 계단에 발을 내딛는 순간 지모(50) 씨가 청중과 경호원 사이로 오른손을 내밀어 박 대표의 오른쪽 얼굴에 문구용 커터를 휘둘렀다. 이때 지 씨는 박 대표를 향해 “죽어”라고 소리를 질렀다. 박 대표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왼손으로 오른쪽 뺨을 감쌌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박 대표가 주저앉으려는 모습을 본 경호원과 당원들의 얼굴엔 당혹감이 역력했다. 박 대표가 피습됐다는 것을 깨달은 이들은 한꺼번에 지 씨를 덮쳐 제압했다.

지 씨는 제압당하는 순간 “박근혜가 흑심이 많아서 찔렀다. 박근혜가 나와서 해 준 것이 뭐 있느냐”며 “(박 대표) 아버지, 어머니가 그렇게 돌아가셨는데 그러면 안 된다”고 고함을 질렀다.

당원들이 지 씨를 유세 차량 앞쪽의 시계탑 쪽으로 끌고 가는 동안 일부 흥분한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지 씨에게 발길질을 하기도 했다. 이때 한 당직자는 지 씨를 향해 “저 사람이 지난해에도 연설 중이던 곽성문 의원의 멱살을 잡았다”고 말했다.

▽박 씨의 난동=지 씨가 박 대표에게 흉기를 휘두른 때와 거의 동시에 유세 차량 바로 앞에서 박 씨가 차량 단상에 있던 마이크 지지대를 들어 청중 쪽으로 집어 던졌다.

만취 상태였던 그는 “박근혜를 죽여라. (그것이) 대한민국을 위한 일이다”라고 소리쳤다. 박 씨도 주변에 있던 당원들에게 곧바로 제압돼 시계탑 쪽으로 끌려갔다.

지 씨와 박 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오후 7시 56분경 서울 서대문경찰서로 연행됐다.

일부 목격자들은 “지 씨와 박 씨 외에도 5, 6명이 박 대표를 비난하다 달아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직자를 포함한 대다수 목격자는 “달아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병원 이송=박 대표는 오후 7시 25분경 오 후보 등의 도움을 받으며 유세 차량 옆에서 대기 중이던 자신의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인근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향했다.

오후 7시 45분경 이 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박 대표는 오후 9시 15분경부터 11시 10분경까지 상처 부위를 60바늘이나 꿰매는 봉합 수술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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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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