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테러' 지씨, 범행 사전 준비했었다

  • 입력 2006년 5월 22일 19시 08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피습사건을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본부장·이승구 서울 서부지검장)는 박 대표의 얼굴을 문구용 커터로 그은 지충호(50) 씨가 경찰 수사 발표와 달리 범행 당일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사무실에 직접 들렀던 사실을 22일 밝혀냈다.

합수부에 따르면 지 씨는 20일 오전 인천에서 전철을 타고 서울로 와 중구 을지로1가 오 후보의 사무실을 찾았다. 그는 이 곳에서 박 대표가 서대문구 창천동 현대백화점 신촌점 앞에서 지지 유세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지 씨는 다시 인천으로 내려갔다가 고속버스를 타고 오후 4시 반경 현대백화점 신촌점으로 가 인근 가게에서 문구용 카터를 산 뒤 범행을 저질렀다.

합수부는 이에 따라 22일 상해 및 선거법상 선거자유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합수부는 또 당시 현장에서 난동을 부린 박종렬(54) 씨에 대해서도 선거자유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승구 수사본부장은 지 씨에게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할지에 대해 “지 씨가 범행 당시 문구용 커터의 칼날을 1, 2㎝ 가량만 내밀었기 때문에 살의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합수부는 21일 오후 11시경 지 씨와 박 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합수부는 지 씨가 자신의 옷가지와 물품을 보관해둔 친구 정모 씨의 집에서 압수한 물품을 분석하는 한편 범행동기와 공모 여부, 배후세력 여부를 캐기 위해 이들의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계좌를 추적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열린우리당 기간당원인 박 씨의 컴퓨터를 압수수색한 결과 박 씨가 인터넷 사이트 여러 곳에 정치 색채가 짙은 글을 많이 올렸다는 것을 밝혀내고 그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씨는 “사건 당시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나라당은 22일 이 사건의 철저한 수사를 위해 서울서부지검에 설치된 검경 합동수사본부를 대검찰청으로 이관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계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승구 서부지검장은 1998, 1999년과 2000년 대검 중수1과장, 서울지검 특수1부장을 맡아 ‘세풍’, ‘병풍’ 수사로 한나라당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준 정치검사”라며 “수사 주체를 대검으로 바꿔 객관적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정치테러진상조사단 소속 의원 10여 명은 이날 오후 대검 청사를 방문해 정상명 검찰총장에게 수사 주체의 이관과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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