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평양 常駐 첫 서방언론, 北 실상 제대로 알려야

  • 입력 2006년 5월 24일 03시 03분


AP통신 계열사인 AP텔레비전뉴스(APTN)가 서방 언론사 중 최초로 평양에 상설 지국을 개설했다. 영상 뉴스매체인 APTN의 평양지국엔 영국 본사에서 파견한 인력이 북한 관영 TV 및 라디오의 인력과 함께 근무하게 된다고 한다. 폐쇄국가인 북한이 서방 언론에 실제로 빗장을 열고 취재의 자유를 보장할지는 의문이다.

북한의 이번 조치는 핵, 위조 지폐 문제 등 주요 현안에 관한 그들의 입장을 외부에 알리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APTN의 영상물은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매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해에도 뉴욕타임스와 CNN, ABC뉴스 등 미국 언론사의 방북 취재를 허용했다. 문제는 북한이 언론 본연의 역할을 존중하거나 개방할 뜻을 가지고 그러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11월 CNN이 북한의 공개 처형 장면을 방영하자 “CNN이 우리의 법 조치를 심하게 왜곡한 영상물을 방영해 어용 나팔수, 정치 시녀로 전락했다”고 비난하고 “(그간) 우리나라를 여러 차례 방문하도록 했고 가능한 한 취재를 보장해 주었지만 CNN은 제 손으로 제 무덤을 팠다”며 취재 거부 방침을 시사했다. 오랫동안 평양지국 개설을 추진해 온 CNN보다 APTN이 먼저 평양에 들어간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북한이 외부 언론을 통제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3월 금강산 남북이산가족 상봉 때는 남측 언론이 ‘납북’이란 표현을 쓴 것을 문제 삼아 해당 기자의 철수를 요구한 일도 있다. 중국과 러시아 언론사의 평양지국도 평양을 벗어나려면 북한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APTN도 독자적인 취재를 못 하고, 북한 입장만 전달한다면 평양지국 개설은 의미를 상실할 수밖에 없다. APTN이 보도할 북의 실상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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