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표 피습]누굴 노렸나…지충호 남는 의혹들

  • 입력 2006년 5월 24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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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게 흉기를 휘두른 지충호 씨가 범행 대상을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에서 박 대표로 바꾼 경위와 생활자금을 마련한 경위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누굴 노렸나=지 씨는 “처음에는 오 후보를 습격하려 했다”고 밝혔으나 왜 박 대표를 습격했는지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

지 씨가 박 대표를 습격한 20일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현대백화점 신촌점에선 오 후보가 오후 7시경 먼저 유세를 시작했다. 지 씨는 미리 유세장에 도착해 3시간이나 기다렸다가 오 후보의 유세를 지켜보다 뒤늦게 도착한 박 대표를 습격했다.

지 씨는 이날 오전 오 후보의 사무실에 들러 오 후보가 10곳에서 유세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인천으로 갔다가 오후 4시경 사건 현장에 갔다.

▽최신 휴대전화와 신용카드=지 씨는 매달 정부보조금 17만4910원을 받는 국민기초생활보장 대상자이면서도 최신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휴대전화를 사고 신용카드를 마련했다.

지 씨는 지난해 10월 4일 인천 SK텔레콤 모 지점에서 휴대전화를 개통하고 자신의 농협 통장으로 요금을 자동이체했다. 그는 6개월 뒤 70만 원 상당의 DMB 휴대전화로 기기를 바꿨다.

지 씨는 또 신용불량자인 택시 운전사 김모 씨 등 2명에게 자신의 명의로 휴대전화를 만들어주기도 하는 등 자기 명의의 휴대전화가 4대나 됐다.

올 1, 2월 지 씨와 함께 지낸 김모(54) 씨는 “지 씨의 휴대전화 요금이 연체돼 전화가 끊기자 우리 집에 자기 명의로 유선전화를 개통했다”고 말했다.

▽대출 시도=지 씨는 거액을 대출받으려고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그는 김 씨가 사는 빌라 전체를 자신의 명의로 위조한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만드는가 하면 3개월치 급여명세서를 위조하기 위해 고민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김 씨는 지 씨가 이들 서류로 8000만 원을 대출받으려 했다고 전했다.

지 씨의 친구 정모(50) 씨는 “3월 충호가 1시간 동안 통화하더니 대뜸 ‘나 그런 것 안 해요’라고 말했다”며 “‘누구냐’고 묻자 ‘경기 부천시에 사는 감방 동기’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 씨는 그 뒤 이 사람을 만난다며 자주 외출했다.

인천 서구 연희동사무소 사회복지담당 직원은 “지 씨가 3월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했다”며 “2급 지원금은 17만 원밖에 되지 않아 이의신청을 하면 지원금을 35만 원까지 줄 수 있다고 했으나 지 씨는 ‘그 정도면 된다’며 만족해했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지 씨의 옷이 고급스러워 생활형편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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